"범죄자" 발언도 정치 공세면 책임 없다…대법, 김남국 손배소 뒤집어

입력 2026-06-25 10:49
수정 2026-06-25 10:52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코인 거래 의혹을 제기한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법원이 원심을 뒤집었다. 정치인의 공적 의혹 제기는 일부 단정적 표현이 사용됐더라도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니라면 명예훼손 책임을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5일 김 의원이 장 전 최고위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 의원은 2023년 장 전 최고위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라디오 방송에서 자신을 '코인 시세조작', '범죄자'라고 표현하고, '상장 내부정보를 알았을 것으로 유추된다', '자금세탁 가능성이 보이는 거래'라고 발언해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장 전 최고위원의 발언이 언론 보도를 넘어 허위 사실을 단정적으로 적시한 악의적·경솔한 공격이라고 판단해 위자료 3000만원을 인정했다. 2심도 명예훼손 책임은 유지하면서 정치적 공방의 특수성을 고려해 배상액을 1000만원으로 감액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김 의원이 당시 국회의원으로서 공적 인물에 해당하고, 장 전 최고위원의 발언 역시 공공의 이해와 관련된 재산 형성 및 가상자산 거래 의혹을 둘러싼 정치적 주장이라고 봤다. 일부 단정적인 표현이 사용됐더라도 일반 국민은 이를 정치공세의 일환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며, 이를 그대로 객관적 사실로 믿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장 전 최고위원의 발언 당시 김 의원의 대규모 코인 보유 및 인출 사실이 알려졌고,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의심 거래를 검찰에 통보했으며 검찰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는 등 상당한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었다는 점도 고려했다. 이후 김 의원이 관련 사건에서 혐의없음 처분이나 무죄 확정을 받은 것은 발언 당시의 위법성 판단을 좌우하는 사후 사정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정당의 정치적 주장과 공직자에 대한 감시·비판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폭넓게 보장돼야 한다"며 "수사적 과장이나 다소 단정적인 표현이 있더라도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 현저히 상당성을 잃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어질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공직자를 상대로 한 정치인의 의혹 제기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면서도, 명예훼손 책임을 인정하는 기준을 다시 한번 제시한 판결로 평가된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