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포' 하루 만에 뒤집혔다…삼전닉스도 '급반등'

입력 2026-06-25 09:58
수정 2026-06-25 10:21
분위기가 하루 만에 반전됐다. 전날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가 과열됐다는 우려가 번지자 마이크론 주가는 13% 급락했다. SK하이닉스도 12% 넘게 밀렸다. 하지만 정작 마이크론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메모리 업황을 둘러싼 불안은 다시 기대감으로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실적 눈높이도 함께 높아졌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3분기(3~5월) 매출 414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93억달러)보다 345.7% 늘어난 것이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이 집계한 전망치(358억4000만달러)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 직전 분기에 세운 종전 최고 매출(238억6000만달러)도 한 분기 만에 넘어섰다.

실적을 끌어올린 제품은 AI 서버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다. HBM이 포함된 클라우드 메모리 부문 매출은 137억6900만달러로 가장 컸다. 코어 데이터센터는 115억2400만달러, 모바일·클라이언트는 115억2100만달러, 자동차·임베디드는 46억3400만달러로 나타났다. AI 데이터센터에서 시작된 메모리 수요가 일반 데이터센터, 모바일, 자동차·산업용으로 확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마이크론의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26.8%에서 81.2%로 치솟았다. 직전 분기(69%)보다도 1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25.11달러로 월가 컨센서스(20.78달러)를 뛰어넘었다. 마이크론은 올 4분기(6~8월) 매출이 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시장 기대치(435억8000만달러)를 웃도는 전망이다.

제품 로드맵도 업황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마이크론은 6세대 HBM인 HBM4가 고객사 플랫폼에 대량 탑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HBM4E도 내년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산자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최고 기록을 달성한 3분기 실적과 이보다 더 강력한 4분기 전망은 AI 시대에 메모리의 전략적 가치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실적 발표 전 시장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주가는 각각 13%씩 떨어졌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7.8% 급락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들어가는 비용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 의문이 커진 탓이다. 올해 주가가 크게 오른 메모리주를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도 쏟아졌다.

한국 증시도 흔들렸다. SK하이닉스는 12% 넘게 급락했고 코스피도 약 10% 밀려났다. 마이크론 실적은 이 조정이 단순한 숨고르기인지, AI 투자 사이클의 전환점인지를 가늠할 시험대로 주목됐다.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마이크론의 3분기 EPS 예상치는 20.76달러, 매출 예상치는 357억5000만달러로 전망됐다. 시장 눈높이를 넘어서야 주가 반등 명분을 얻을 수 있었던 셈이다.

이번 실적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도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마이크론 실적은 개별 기업의 일회성 성과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메모리 공급 부족과 가격 강세가 업계 전반에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D램 매출은 970억달러로 직전 분기보다 81% 늘었다. 삼성전자는 매출 373억2000만달러, 점유율 38.5%로 1위를 지켰다. SK하이닉스는 279억8000만달러에 점유율 28.8%를 차지하면서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는 범용 D램 가격 상승 효과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트렌드포스는 올 2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이 직전 분기보다 58~63%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생산능력이 큰 삼성전자 입장에선 HBM뿐 아니라 서버·모바일·PC용 메모리 가격 상승이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HBM 경쟁력을 회복 중인 최근 상황을 종합할 경우 메모리 부문 성장세는 더 가파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HBM 선점 효과를 재확인할 수 있게 됐다. 마이크론 실적을 통해 수요가 생산능력을 웃도는 상황이 재차 확인된 만큼 HBM의 '공급자 우위'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마이크론의 HBM4 공급 확대는 고객사들이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가격 협상력이 커진 상황에서도 기술력 우위와 공급 물량을 동시에 지켜내는 것이 과제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장 초반 각각 4%, 9% 넘게 급등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마이크론의 역대급 호실적으로 코스피가 급등세를 보이자 프로그램 매수호가 일시 효력정지(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메라트로 CEO는 "AI 수요 확대와 구조적인 공급 제약으로 인해 메모리 시장의 수급 긴장이 2027년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2027년 이후에도 AI 메모리 수요가 꺾이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관건은 HBM4 양산 속도, 장기 공급계약 조건, 범용 D램 가격 지속성 등 세 가지다. 이들 세 가지 변수가 맞물리는 흐름에 따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하반기 실적에 관한 눈높이도 좌우될 전망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