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혼다와 닛산자동차, 미쓰비시자동차가 차세대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전자제어유닛(ECU) 공통화를 추진한다.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진화하는 자동차 산업에서 개발 비용을 줄이고 경쟁력을 높여, 앞서가는 미국 테슬라와 중국 자동차 업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25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자동차 3사는 차세대 차량의 핵심 부품인 ECU를 공동 개발·조달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 합의가 이뤄지면 2029~2030년경 공통 ECU를 탑재한 차량 출시를 목표로 한다. 전기자동차(EV)뿐 아니라 하이브리드차(HV) 적용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는 소프트웨어가 차량 기능을 결정하는 차세대 자동차다. 인터넷을 통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자율주행, 차량 정보 시스템 등의 기능 추가가 가능해 향후 선진국 자동차 시장의 주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공통화 대상이 되는 ECU는 SDV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장치다. 여러 반도체와 전자 부품으로 구성돼 전기 신호를 통해 차량 전체 기능을 제어한다. 기존 자동차는 엔진·브레이크 등 기능별로 수십 개에서 100개 수준의 ECU를 탑재하지만, SDV에서는 다양한 기능 업데이트를 통합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ECU가 필수다.
하지만 SDV용 ECU 개발은 설계 난도가 높고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3사는 부품 공통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확보하고 개발 부담을 낮춰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2025년도 기준 혼다·닛산·미쓰비시 3사의 세계 판매량 합계는 약 730만 대다. 공통 부품을 같은 공급업체에서 조달하면 생산 비용을 줄이고 가격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혼다와 닛산은 ECU뿐 아니라 SDV의 기반이 되는 차량용 운영체제(OS) 공통화도 검토하고 있다. 닛산이 지분 26%를 보유한 미쓰비시자동차에도 공동 개발 부품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양사의 협력은 경영 통합 논의가 무산된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혼다와 닛산은 2024년 3월 차량 지능화 분야 협력을 검토한다고 발표했고, 같은 해 12월 경영 통합을 위한 기본 합의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2025년 2월 통합 계획은 백지화됐다.
그럼에도 SDV와 차세대 차량 개발 분야에서는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북미 생산 분야에서도 협업을 검토 중이며, 닛산이 혼다와 미쓰비시에 픽업트럭을 공급하는 등 대형 차량 분야 협력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쟁 축이 엔진 성능에서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활용 능력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핵심 기술 공유를 통해 미국·중국 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차세대 자동차 시장에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