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민 모두의 축제라고 하지만, 정작 우리 동네에서는 영화제가 열리는지조차 모른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시민 세금 60억원을 투입하고도 일부 시민들에게 외면받는 '반쪽 축제'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24일 부천시와 BIFAN에 따르면 올해 영화제에는 시 예산 59억7200만원이 투입된다. 기업 후원금 5억2900만원을 포함하면 전체 운영비는 65억원을 넘어선다. 전국 기초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영화제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규모다.
하지만 시민들이 누리는 혜택이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영화제 상영·행사 장소는 원미구 8곳을 포함해 총 17곳이다.
겉으로는 부천 전역에서 열리는 축제처럼 보이지만,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원미구 8곳 가운데 7곳이 중동(4곳)과 상동(3곳)에 몰려 있는 반면, 심곡동·원미동·도당동·춘의동·역곡동 등 원도심 지역은 주요 행사권에서 사실상 빠졌다.
부천 전체 시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영화제가 특정 생활권 주민에게만 혜택이 쏠려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아니라 사실상 중동·상동 영화제 아니냐"는 냉소까지 나온다.
교통 대책을 둘러싼 지적은 더욱 거세다. 영화제 측이 마련한 순환버스는 25인승 차량 단 1대로, 그마저도 부천아트벙커B39와 부천천문과학관을 오가는 노선이 전부다. 수만 명이 찾는 국제영화제의 교통 지원책으로는 상징적 수준에 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부천아트벙커B39와 천문과학관은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영화제 측은 실질적인 이동 지원책 대신 '셔틀버스 운영'이라는 명목만 내세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제 영화제를 표방하면서도 외국인 관광객의 이동 편의를 위한 안내나 교통 대책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행사장을 찾는 관람객과 관광객이 정작 발길을 옮길 마땅한 수단을 찾지 못해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축제에 예산을 투입하는 부천시 역시 이동 수단에 대한 대책을 묻는 취재진에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영화제가 해마다 '시민과 함께하는 축제', '도시 전체가 영화관', '찾아가는 영화제'를 표방해 왔다는 점이다. 그러나 실제 운영은 홍보 문구와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됐음에도 시민 접근성 확대나 지역 균형 배치는 뒷전으로 밀렸다는 것이다.
지역 문화계 관계자는 "30년 동안 성장한 국제영화제라면 이제는 영화인들만의 행사가 아니라 시민 모두가 체감하는 축제가 돼야 한다"며 "현재 구조로는 영화 마니아와 특정 생활권 주민 중심 행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세금은 원도심 주민도 똑같이 내는데 혜택은 신도시에 집중된다"며 "국제영화제라는 이름은 거창하지만 시민 입장에서는 남의 동네 행사처럼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곽내경 국민의힘 부천갑 당협위원장은 "BIFAN이 진정한 시민 축제를 표방하려면 화려한 개막식과 국제적 명성에 앞서 공간 배치와 교통 대책, 지역 균형 운영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며 "30주년을 맞은 영화제가 외형은 키웠지만 시민과의 거리는 오히려 멀어졌다는 비판을 피하려면 시와 BIFAN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천=정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