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병원 권유는 재검사 소견 아냐"

입력 2026-06-24 18:25
수정 2026-06-25 08:23


동네 병원에서 단순히 상급병원 진료를 권유한 건 ‘재검사 소견’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재검사 소견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한 가입자가 수술비를 보장받게 됐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42부(부장판사 최누림)는 유병자보험 가입자 A씨가 B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지난 3월 “피고는 원고에게 보험금 293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가 보험 가입 전에 ‘대학병원 검사 권유’ 진단을 받아놓고 “재검사(추가 검사) 필요 소견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한 게 보험금 미지급 사유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된 사건이었다.

2020년 9월 B보험사의 유병력자 대상 보험상품에 가입한 A씨는 2022년 4월 심근경색 문제로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을 받았다. 이후 A씨는 보험사에 수술비 2930만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B보험사는 고지의무 위반을 지적하며 A씨한테 보험금 미지급 결정과 보험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B보험사는 A씨가 보험에 가입하기 한 달 전 두통 때문에 한 정형외과를 찾았다가 대학병원 뇌혈관 검사를 권유받은 사실을 문제 삼았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보험계약 당시 ‘최근 3개월 이내에 의사의 추가 검사(재검사) 필요 소견이 있었는지’를 묻는 항목이 있었는데, A씨가 허위로 “없다”고 답했다는 게 B보험사 판단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해당 병원은 A씨에 대해 별다른 검사를 하지 않은 채 대학병원 뇌혈관검사를 권유한 게 전부”라며 “의사가 1차 검사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료의뢰서를 작성해준 게 재검사 소견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A씨는 보험 가입 전 다른 병원에서 자동혈압측정기로 자가 혈압을 측정한 후 의사 소견에 따라 24시간 활동 혈압 측정을 한 적도 있었다. B보험사는 이에 대해서도 ‘재검사 소견 미고지’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혈압 자가 측정은 환자 진찰을 위한 신체계측으로 의료급여법상 검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A씨가 받은) 24시간 활동 혈압 측정은 (재검사가 아니라) 최초 검사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