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발목 잡힌 CVC…5년째 제자리 걸음

입력 2026-06-24 17:56
수정 2026-06-25 00:46
도입 5년차를 맞은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시장이 좀처럼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외부 출자와 해외 투자 비중을 제한하는 등 엄격한 규제가 원인으로 꼽힌다.

공정거래위원회(사진)는 지난해 말 기준 13곳의 CVC가 조성한 85개 투자조합(펀드)의 약정액이 2조3903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4일 밝혔다. 2024년 말(2조368억원)보다 약정액이 17.4% 늘었다. 지난해 신규 설립된 펀드는 15개였다.

펀드 약정액이 늘었지만 CVC 시장 자체는 성장 정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23년 13곳이던 CVC는 2024년 14곳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다시 13곳으로 줄었다. 펀드 약정액도 공정위가 관련 통계를 처음 집계한 2022년 말(2조3900억원)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이마저도 포스코기술투자(1조1805억원)가 전체 약정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상위 5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CVC는 약정액이 1000억원에도 못 미친다. 전체 CVC의 연간 신규 투자액은 2022년(2118억원)과 비교해 지난해(1939억원) 더 감소했다. 같은 기간 VC 전체 약정액은 51조3040억원에서 66조7778억원으로 30.2% 늘어났다.

CVC 제도는 대기업의 자금과 사업 역량을 벤처·스타트업 투자에 활용해 혁신기업 육성과 신사업 발굴을 촉진하기 위해 2021년 말 도입했다. 일반 VC와 달리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펀드 조성 시 외부자금은 전체 펀드 조성금액의 최대 40%로 제한하고, CVC의 해외 투자는 총 자산의 20%까지만 가능하게 했다.

업계에선 외부 출자 40% 제한을 가장 큰 걸림돌로 꼽는다. 일반 VC에 비해 펀드 규모를 키우는 데 부담이 크고, 공동 운용(Co-GP) 형태로 펀드를 조성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CVC의 외부 출자 한도를 40%에서 50%로 늘리고, 총 자산 중 해외 투자 비중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하는 등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내용을 지난해 업무보고에 담았다. 하지만 관련 법 개정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