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시행 앞둔 개정 정보통신망법…'철회 청원' 13만명 돌파

입력 2026-06-24 17:30
수정 2026-06-25 01:52
허위·조작 정보 유통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한 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을 철회하라는 국회 청원 참여자가 13만 명을 넘어섰다. 다음달 7일 시행을 앞둔 이 법이 정부의 검열 도구로 악용될 것이란 우려가 야권과 시민단체, 학계 등에서 쏟아지고 있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지난달 26일 올라온 ‘정보통신망법의 철회 촉구에 관한 청원’에 이날까지 13만1911명의 시민이 동의했다. 개정안은 고의로 불법 정보 또는 허위·조작 정보를 생산한 사람뿐만 아니라 이를 유통한 언론사와 플랫폼 기업, 유튜버 등에도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증명이 어려운 손해’에 대해서도 5000만원까지 배상액을 부과할 수 있다.

청원인은 개정법의 ‘허위’와 ‘조작’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실 또는 진실을 알린 사람을 ‘허위 정보 유포자’로 만들어 처벌할 수 있는 위헌적 법률”이라고 비판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사실상 언론, 유튜브, 인터넷 전반에 걸쳐 권력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표현의 자유 억압을 초래하게 될 악법”이라며 “법안 시행을 보류하고 재개정 논의에 착수하자”고 촉구했다.

개정법은 또 법원 판결로 허위·조작 정보로 확정된 정보를 두 번 이상 유통한 언론사와 플랫폼 기업에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최대 10억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SNS를 통해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온라인 플랫폼이 스스로 정보를 걸러내는 검열 생태계를 조성하는 ‘온라인 입틀막법’”이라며 “이런 시스템은 헌법의 사전검열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대형 플랫폼 기업에 정보 규제 의무를 부과한 것과 관련해 미국 국무부는 작년 말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으로 한국 정부가 개정안을 승인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도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불명확한 개념, 추상적 공익 개념, 위축 효과 유발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전문가들은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보호하려는 법익과 침해되는 표현의 자유 간 균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한국정보통신법학회장)는 “개정법은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될 수 있으나 표현의 자유라는 사익이 본질적이고 광범위하게 침해될 수 있어 균형을 상실했고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