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스트리트 패션의 탄생…휴먼메이드가 그리는 미래[J패션 부활, 제2의 전성기①]

입력 2026-07-11 07:00
J패션의 전성기는 1990년대다. 요지 야마모토, 레이 가와쿠보, 이세이 미야케, 후지와라 히로시, 다카다 겐조, 타카하시 준, 미야시타 다카히로, 미하라 야스히로 등 1세대 디자이너가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 대거 주목받은 시기이기도 하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2010년대 후반 들어서다. 패스트패션이 확산되면서 새로운 하위문화가 발생하지 않은 게 핵심 이유로 꼽힌다. 스트리트 패션 매거진 후르츠가 ‘더 이상 개성 있는 스타일이 없다’는 이유로 2017년 폐간한 것과 무관치 않다.

그러나 최근 J 스트리트 패션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휴먼메이드를 주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휴먼메이드는 일본 스트리트 패션의 새로운 전성기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 대형 J패션 기업 탄생 일본 스트리트 브랜드 휴먼메이드가 6월 15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1세대 스트리트 브랜드 언더커버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향후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목표로 협의와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실제 계약 체결이 결정될 경우 추가 공시한다고 밝혔다.

주식 매매 계약은 2026년 9월, 전체 소유권 이전은 2027년 2월 예정이다. 자회사 편입은 2027년 1분기부터다.

휴먼메이드는 2010년 일본 스트리트 패션의 거장으로 불리는 니고(본명 나가오 도모아키)가 설립했다. 스트리트 브랜드 최초로 2025년 11월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과 협업할 만큼 패션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언더커버는 휴먼메이드보다 오래됐다. 1989년 디자이너 다카하시 준이 일본 하라주쿠에서 론칭했다. ‘1세대 스트리트 브랜드’에 해당한다.

주식 취득의 목적은 ‘문화 육성’이다. 휴먼메이드는 “인간의 영감과 창작 활동에서 비롯된 문화를 육성해 만화·애니메이션·게임에 이은 일본의 차세대 대표 창조 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J패션을 수출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다.

휴먼메이드는 언더커버를 단순 의류 브랜드가 아니라 일본 스트리트 패션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판단했다.

양사는 지난해 협업 상품을 선보이며 관계를 다져왔다. 휴먼메이드는 언더커버의 브랜드 가치와 창작 철학, 문화 중심 사업 방식이 자사 경영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창업자 간 인연은 30년이 넘었다. 니고와 다카하시 준은 1993년 일본 도쿄 하라주쿠 뒷골목에서 편집숍 ‘노웨어(NOWHERE)’를 공동 설립했다. 두 사람은 인근 지역은 스트리트 패션 문화의 토대를 마련했다. 1990년대 우라하라(일본 패션 문화에서 사용되는 단어로 스트리트 패션의 성지이기도 한 도쿄 하라주쿠 지역 뒷골목이라는 뜻) 문화를 이끈 핵심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 글로벌 스트리트 패션 창시자, 니고와 준니고와 다카하시 준은 하류 문화로 여겨지던 스트리트 패션을 주류 문화로 끌어올렸다. 다카하시 준은 니고와 문화복장학원(Bunka Fashion College)을 같이 다니며 알게 됐다.

니고는 1970년생으로 간호사 어머니와 광고판 제작자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패션업계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뮤지션 겸 패션 디자이너 후지와라 히로시를 닮았다는 이유로 ‘2호’(일본어 발음 니고)라는 일본어 별명이 생겼다. 이후 본명 대신 니고를 사용하고 있다.

니고는 1993년 하이엔드 스트리트 브랜드 ‘베이프’를 설립했다. 퍼렐 윌리엄스, 칸예 웨스트 등이 베이프를 즐겨 입기도 했다. 2011년 지분 90%를 홍콩 의류 브랜드 I.T에 매각하며 경영에서 빠졌다. 현재는 유럽계 사모펀드 CVC캐피털이 소유하고 있다.

니고는 2010년 휴먼메이드를 설립했고 2021년 LVMH가 보유한 프랑스 컨템포러리 브랜드 겐조의 디자이너로 발탁됐다. 지난해에는 일본 편의점 기업 훼미리마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선임됐다.

다카하시 준은 1969년생으로 필리핀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1989년에 친구 히노리 이치노세의 도움을 받아 브랜드 언더커버를 설립했다. 펑크와 스트리트가 결합된 티셔츠를 직접 디자인하며 인기를 얻었다. 다카하시 준은 영국 록밴드 엑스피스톨즈로부터 디자인적 영감을 받았다고 전했다. 언더커버는 2002년 파리 컬렉션에 데뷔하며 브랜드 인지도뿐만 아니라 일본 스트리트 패션의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언더커버는 나이키, 발렌티노 등과 협업을 하기도 했다. ◆ 휴먼메이드 목표는 ‘J스트리트 부흥’휴먼메이드는 향후 글로벌 스트리트 패션 대기업으로 회사를 키울 계획이다. 언더커버 인수는 그 시작점이다. 회사는 “브랜드 인지도와 영향력은 높지만 수익성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한 기업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휴먼메이드의 목표는 하나다. 일본 스트리트 패션의 경쟁력 강화. 이를 위해 지난해 상장까지 결정했다. 시장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루이비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가수 퍼렐 윌리엄스가 투자한다는 소식에 공모가 178억엔(약 1700억원)을 조달하며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주가 흐름도 긍정적이다. 886엔으로 상장한 주가는 올해 초 1000엔을 돌파하며 상승 곡선을 탔다. 지난 5월 사상 처음으로 1500엔을 넘어선 이후 소폭 하락해 1440엔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수익성도 좋다. 휴먼메이드의 2027 회계연도 1분기(2026년 2~4월) 매출은 42억9000만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2억3300만엔으로 75.9% 급증했다. 영업이익률은 28.7%에 달한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지난해 영업이익률(28.3%)보다 높다.

올해 목표는 매출 185억엔, 영업이익 48억엔으로 설정했다. 성공할 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게 된다.

지난 5월 휴먼메이드는 미국 법인까지 설립했다. 3월에는 방콕에 새로운 점포도 열었다.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일본 패션의 부흥을 이끌겠다는 게 이들의 목표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