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2시 서울 녹번동 서울시50플러스재단 서부캠퍼스. 이곳 ‘실무형 인공지능(AI) 콘텐츠 강사 양성과정’ 강의실에서 40~60대 수강생 15명이 노트북을 펼쳐놓고 챗GPT와 클로드를 활용한 강의안 제작 실습에 한창이었다. 강사가 “프롬프트를 조금만 바꿔보라”며 예시 프롬프트를 보여주자 곳곳에서 “결과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정말 AI를 안 쓰면 안 되겠다”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조기 퇴직과 디지털 전환(DX)이 맞물리면서 중장년층 사이에선 ‘제2의 직업 찾기’가 화두다. 서울시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중장년 1만 명 일자리 수요조사’ 결과 40~64세 시민의 53.7%(187만 명)가 향후 5년 내 이직·전직·재취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퇴직연령은 49.4세로 앞당겨졌지만, 노후 준비를 체감하는 시점은 41.7세인 것으로 나타나 근로 공백을 우려하는 중장년층의 경력 전환 수요가 커지고 있다.
AI 콘텐츠 강사 양성과정 수강생인 김남원 씨(45)는 현역 작곡가이자 대학 강단에 서는 음악인이다. 드라마 OST 작업과 강의를 병행해왔지만 최근 AI 콘텐츠 강사라는 새로운 진로를 준비하기 위해 이 과정에 등록했다. 김씨는 “2년 전부터 AI 음악에 관심을 갖고 창작에 활용해왔지만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가 없었다”며 “이제는 전공자만의 영역이 아니라 일반인도 AI를 활용하는 시대가 된 만큼 새로운 강의 시장을 개척해보고 싶어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AI를 활용한 음악 제작뿐 아니라 이미지·영상 생성, 강의 교안 작성법 등을 배우고 있다. 수료 후에는 AI 음악 제작과 관련한 교육사업 참여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김씨는 “챗GPT와 클로드를 체계적으로 배워 강의 커리큘럼을 직접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기술직 분야에서도 성공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권순국 씨(44)는 코로나19 이후 자영업 침체를 겪으며 새로운 진로를 찾기 시작했다. 고깃집과 레스토랑, 카페 등을 운영하던 그는 중장년취업사관학교의 에어컨 분해세척 기술창업 과정에 참여했다. 지난 5월 8일 과정을 수료한 그는 한 달 만에 약 8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서울시가 올해 2월 출범시킨 중장년취업사관학교는 40~64세 시민을 대상으로 경력 진단부터 교육, 취업 연계, 사후관리까지 지원하는 재취업 플랫폼이다. 기존 중장년 일자리 사업을 통합해 ‘원스톱 취업 지원 체계’를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참여자는 서울시 중장년 취업 플랫폼인 ‘일자리몽땅’에 경력 정보를 등록하면 상담을 거쳐 적합한 교육 과정을 추천받는다. 교육은 서부·중부·남부·북부·동부 등 5개 권역 캠퍼스에서 진행된다.
과정도 다양하다. AI 콘텐츠 강사와 AI 에이전트 활용 과정, 법률·세무 사무직 과정부터 지게차 정비, 전기기능사, 에어컨 분해세척 기술창업 과정까지 총 120개 과정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94억원을 투입해 중장년 재취업 지원에 나섰다.
성과 역시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누적 참여자는 1만2657명, 취업자는 2359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취업 목표인 4500명의 절반 이상을 상반기에 달성한 것이다. AI 활용 소상공인 컨설턴트 과정은 면접 참여자 156명 가운데 98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김영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