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자 월급 20% '싹둑'…정년 됐더니 "성과 따라 재고용"

입력 2026-06-24 12:00
정년 이후 근로자를 다시 고용하는 기업 10곳 중 8곳은 희망자 전원을 받는 방식보다 업무 능력·인력 수요를 따져 선별한 다음 재고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 정년을 65세로 연장할 경우 기업 절반 이상은 임금체계 개편이나 신규 채용 축소 등 별도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기업들 10곳 중 8곳 '정년 후 재고용' 시행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4일 정년 후 재고용 제도를 운영하거나 도입을 검토 중인 전국 30인 이상 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한 '정년 후 재고용 제도 운영 실태 및 정책 수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경총이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지난 3월23일부터 4월27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현재 정년 후 재고용 제도를 운영 중인 곳은 417곳으로 83.4%에 달했다. 도입을 예정하거나 검토 중인 기업은 16.6%(83곳)로 조사됐다.

정년 후 재고용 방식은 '선별 재고용'이 주류였다. 응답 기업 중 80.4%는 현장 필요 인력 규모나 일정 기준 충족 여부를 고려해 일부 또는 적격자를 재고용한다고 답했다. 세부적으로는 '필요 인력을 선발해 일부 재고용'하는 기업이 58.8%, '일정 기준을 충족한 적격자 대부분 재고용'하는 곳이 21.6%로 나타났다. 19.6%는 '희망자 전원 재고용' 방식을 취했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선별 재고용 비중은 컸다. 30~299인 기업은 76.1%가 선별 재고용을 한다고 답했다. 300~999인 기업 중에선 93.9%가 이 같은 방식을 채택했다. 1000인 이상 기업은 94.8%로 나타났다. 반면 '희망자 전원 재고용'의 경우 30~299인 기업에서 23.9%로 조사됐지만 1000인 이상 기업은 5.3%에 그쳤다.재고용 기준은 '성과'…대기업선 임금 20% 감액재고용 대상자를 고를 때 가장 많이 보는 기준은 성과였다. 선별 재고용 기업을 대상으로 기준을 묻자 '업무 수행능력·근무 성과'가 59.5%(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기술·노하우 전수 필요성' 44.8%, '신체·정신적 건강 상태 등 직무 수행 가능성' 43.8%, '근무태도·조직 내 협업 능력' 36.3%, '내부 규정 준수 여부' 23.1% 순이었다.

정년 후 재고용이 적용되는 직종은 사무직·생산직을 모두 포함하는 곳이 가장 많았다. 전체 응답 기업 중 59.8%는 '사무직·생산직 모두'에 적용했다. '생산직만 적용'한다는 응답은 30.0%, '사무직만 적용'은 10.2%를 차지했다. 다만 1000인 이상 기업에선 '생산직만 적용'하는 곳이 50%로 가장 많았다.

재고용 때 임금이 줄어들지 않는 기업이 절반 이상이었다. 정년 후 재고용되는 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묻자 퇴직 전과 '변동 없음'이라는 응답이 59%로 조사됐다. '감소'는 34.2%, '증가'는 6.8%를 나타냈다.

다만 대기업에선 임금이 감소했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300~999인 기업은 51.9%, 1000인 이상 기업은 52.6%가 재고용 이후 임금이 줄어든다고 답했다. 임금이 감소하는 기업의 평균 감액률은 20.6%로 집계됐다. 규모별로는 30~99인 기업 18.2%, 100~299인 기업 20.7%, 300인 이상 기업 23.1%였다.

노조 유무에 따라서도 차이가 났다. 임금 감소 기업의 평균 감액률은 유노조 기업이 26.2%, 무노조 기업이 17.7%를 기록했다. 경총은 대기업과 유노조 사업장일수록 연공급 중심 임금체계 비중이 커 정년 시점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고령자 재고용 이유는 "숙련 인력 활용"기업들이 고령자를 계속 고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숙련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실제 응답 기업 가운데 75.4%(복수응답)는 정년 이후 고령자를 계속 고용하는 이유로 '숙련·전문성 활용'을 꼽았다. '인력 부족 대응'도 55.4%에 달했다. 재고용 방식을 택한 이유로는 '필요 인력 선별 가능'이 66%로 가장 많았다.

기업들이 느끼는 부담은 법적 리스크에 집중됐다. 정년 후 재고용 제도 운영 과정에서 가장 부담을 느끼는 요소로는 '임금 등 근로조건 조정 시 법률적 리스크'가 47.1%를 차지했다. '계약 종료·재체결 과정의 분쟁 리스크'는 39.2%, '연령 차별 시비 등 분쟁 가능성'은 29.4%로 조사됐다. 1000인 이상 기업에선 59.4%가 '계약 종료·재체결 과정의 분쟁 리스크'를 지목했다.

정년 후 재고용 제도 확대를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는 재정 지원이 1순위로 나타났다. 61.5%가 이 같이 답한 것. '재고용 관련 법적 기준·가이드라인 명확화'는 18.8%, '임금체계 개편·직무 재설계 지원 강화'는 13.5%로 뒤를 이었다.정년 일률적 연장 땐 "임금체계 개편 추진"정년연장에 대한 기업들의 부담도 확인됐다. 법정 정년이 65세로 연장될 경우 응답 기업 가운데 52.4%는 추가적인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행 체계 안에서 대응 가능하다는 응답은 43.8%로 집계됐다. 추가 대응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30~299인 기업 50.4%, 300~999인 기업 58%, 1000인 이상 기업 60.5%로 규모가 클수록 비중이 컸다.

구체적인 대응 방식으로는 '임금체계 개편 추진'이 34.4%로 가장 많았다. '신규채용 축소'와 '재고용 제도 축소 또는 폐지'는 각각 25.2%를 차지했다. 15.3%는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을 꼽았다.

이상철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초고령사회에는 연령이 아닌 직무와 생산성을 기준으로 인력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노동시장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정년 후 재고용 과정의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취업규칙 변경절차 특례 도입과 재고용 특별법 제정 등 실효성 있는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