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축구 참패 갚았죠"…9년 만에 일본에 설욕한 정부 [김익환의 부처 핸즈업]

입력 2026-06-25 06:00
수정 2026-06-25 10:03

"작년 한일전에서 7 대 1로 졌어요. 올해는 화끈하게 설욕했어요."

일본 축구의 기세가 무섭다. 최근 네덜란드와 비기고 튀니지를 대파하는 등 국제무대에서도 존재감을 키웠다. 일본은 대표팀은 물론 공무원의 전력도 탄탄하다. 지난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친선 경기에서 한국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 대표팀은 일본 재무성 대표팀에 1대7로 대패했다. 치욕적 대패에 절치부심한 한국은 올해 화끈한 설욕전을 펼쳤다. '미니 한일전'에서 거둔 승리는 2017년 이후 9년 만이다.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 20일 경주에서 열린 한국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 축구대표팀은 일본 재무성 대표팀과의 친선 경기에서 1승 1무를 기록하며 종합 승리를 거뒀다. 오전 경기에서는 1 대 1로 비겼고, 오후 경기에서는 1 대 0으로 이겼다.

양국 재무당국의 친선전은 2000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를 기념해 시작됐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열리는 연례 교류 행사다. 코로나19와 메르스 사태로 잠시 중단된 기간을 제외하면 올해로 21회째를 맞았다. 역대 전적은 한국이 18승 8무 16패로 근소하게 앞섰다. 다만 최근에는 일본이 우세하다. 한국의 승리는 2017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승리가 더욱 값진 이유는 지난해의 충격적인 패배 때문이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해 오사카 원정에서 오전 경기 0대2, 오후 경기 1대5로 패했다. 종합 스코어는 1 대 7이다. 일본 대표팀에는 학창 시절부터 축구를 해온 실력자가 대거 포진해 있었다. 여기에 안정적으로 볼을 소유하고 최후방에서 정확한 패스로 공격을 전개하는 '빌드업' 축구에 특화했다.

패배 직후 한국은 대대적인 쇄신에 나섰다. 코칭스태프를 교체하고 전술도 손봤다. 새 감독을 맡은 박찬호 재정경제부 감사담당관은 기존 4-3-3 대신 5-3-2 전술을 꺼내 들었다. 5명의 수비 가운데 양 날개 겪인 좌우 윙백에 체력이 넘치고 빠른 선수를 세웠다. 두 윙백이 경기 흐름에 따라 중원과 최전방으로 진출해 일본의 강한 중원을 상대로 수적 우위를 확보한다는 전략이었다.

여기에 수비 한가운데에 '재경부 김민재'로 통하는 최고 에이스 A 주무관을 세워 수비를 강화했다. 최전방에는 발 빠르고 공격 센스가 좋은 22세의 B 사무관과 역전노장인 C 서기관을 투톱으로 배치해 경험과 패기의 조합을 이뤘다.

3월부터는 매주 두 차례씩 훈련을 이어갔다. 특히 코너킥과 프리킥 등 세트피스 훈련에 공을 들였다. 수비를 두텁게 한 뒤 세트플레이에서 득점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팀인 '아스날'의 전략과 비슷하다. 결승골도 준비된 장면에서 나왔다. 2차전 후반 코너킥 상황에서 장신 수비수가 헤딩으로 떨어뜨린 공을 측면 공격수가 마무리하며 승부를 갈랐다.

승리의 배경에는 '원팀' 정신도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처음 분리된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는 그동안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관가에서는 "이혼하니 남보다 못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번 한일전 승리를 계기로 두 부처가 다시 하나로 뭉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팀 감독을 맡은 박찬호 재경부 감사담당관은 "최근 월드컵을 앞두고 한일 축구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정부 대표팀이 한일전에서 승리해 더욱 뜻깊다"며 "두 부처 선수가 원팀으로 뭉친 것이 승리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