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액 연봉을 받는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지난해 다시 급증했다. 대규모 주식·옵션을 장기 성과 목표와 묶는 ‘문샷’ 보상이 확산하면서 임원 보수와 주주 성과의 관계가 다시 시장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장기목표 달성 때 대규모 주식 보상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1억달러 이상 보수 패키지(현금+주식 등)를 적용 받은 미국 CEO는 2021년 이후 가장 많았고, 2억달러를 넘긴 CEO도 10명 안팎에 달했다. WSJ가 마이로직(MyLogIQ) 자료를 분석한 연례 CEO 보수 순위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2025년 기준 보수 패키지는 158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순위에 오른 다른 CEO 391명의 보수를 모두 합친 99억달러의 약 16배 수준이다. 머스크 보상은 최종적으로 1조달러까지 불어날 수 있다.
이번 흐름의 배경에는 이른바 문샷 보상 계약이 있다. 문샷 보상은 장기 목표를 달성할 경우 대규모 주식이나 옵션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머스크가 2018년 기록적인 보상을 받은 뒤 이 같은 계약이 확산됐고, 지난해 다시 기업들이 보상 구조 변화를 선제적으로 반영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WSJ는 "이런 보상이 경영진이나 투자자에게 항상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증거도 있다"고 전했다.
머스크를 제외한 상위권에서는 고령자 주택과 헬스케어에 초점을 둔 부동산투자신탁 웰타워의 샹크 미트라 CEO가 8억2100만달러의 보수 패키지를 받았다. 마이로직 자료상 이는 최근 10년간 상장사 CEO 보수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에 속한다. 웰타워에서 미트라 보수의 99%는 주식 보상이었고, 이 가운데 7억8900만달러는 지난해 10월 부여됐다. 회사는 연말 기준 해당 주식의 가치가 10억달러를 조금 넘었다고 공시했다.
웰타워 보상은 회사 안에서도 이례적이었다. 미트라는 재직을 유지하면 2031년에 주식의 약 절반을 받을 수 있고, 나머지는 웰타워 시가총액이 45% 상승하고 5년 동안 회사 주가가 여러 주가지수를 충분히 웃돌 경우 받을 수 있다. 웰타워의 다른 임원 3명도 각각 1억달러가 넘는 보상 패키지를 받았다. 마이로직에 따르면 한 해에 1억달러 이상 임원이 4명 나온 회사는 최근 10년간 웰타워가 두 번째다. 회사는 이 보상이 10년치 보너스와 주식 보상을 대체하며 주주와 경영진의 이해를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500대 기업 CEO 중간 보수 1790만달러S&P500 기업 CEO 보수도 전반적으로 올랐다. WSJ에 따르면 2025년 S&P500 CEO 중간 보수는 약 1790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절반의 CEO는 전년보다 9.8% 이상 보수가 늘었다. 5000만달러 이상을 받은 CEO는 증가했고, 1000만달러 미만을 받은 비중은 더 줄었다. 대기업 CEO 보수는 대체로 스톡옵션이나 제한주식 중심으로 지급되며, 장기 성과에 따라 실제 수령액이 처음 공시된 가치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S&P500 밖에서도 초고액 보상이 늘었다. 지난해 1억달러 이상을 받은 CEO의 절반 조금 넘는 수가 S&P500에 포함되지 않은 기업을 이끌었다.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 피그마의 딜런 필드는 8억6400만달러, 온라인 부동산 거래 플랫폼 오픈도어 테크놀로지스의 카즈 네자티안은 7억4100만달러를 받았다. 이는 초대형 상장사뿐 아니라 성장기업과 플랫폼 기업에서도 대규모 주식 보상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CEO 보수와 주가 수익률 연결성은 뚜렷하지 않아다만 보수와 주주수익률의 연결성은 뚜렷하지 않았다. 로빈후드는 WSJ 순위에서 204%의 주주수익률로 최고 성과를 냈지만, 블라디미르 테네프 CEO의 연간 보수는 300만달러로 평가됐다. 그러나 테네프는 2019년 보상 패키지를 통해 11억달러 가치의 주식을 확보할 수 있었다. 로빈후드는 "2019년 보상이 2021년 기업공개 가격 대비 주가가 두 배 이상 오른 뒤에야 완전히 확정됐다"고 덧붙였다.
성과가 높은 기업의 CEO가 상위 보수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는 성과 순위 4위였고 데이비드 자슬라브 CEO 보수를 1억6500만달러로 보고했다. 브로드컴은 성과 순위 7위였고 혹 탄 CEO의 총보수는 2억500만달러였다. 두 사람은 과거에도 각각 2021년 2억4700만달러, 2023년 1억6200만달러의 보수를 받은 바 있다. 브로드컴은 "탄 CEO가 2030년까지 추가 주식 보상을 받지 않으며, 인공지능 매출 목표를 달성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