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이하 가정연합)에 대한 해산 명령이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최종 확정됐다. 종교법인의 해산을 둘러싼 사법 절차가 2022년 아베 신조 전 총리 피격 사건 이후 약 3년 만에 마무리됐다.
23일 교도통신과 NHK 등에 따르면 일본 최고재판소 제3소법정(재판장 와타나베 에리코)은 가정연합의 해산을 명령한 도쿄고등재판소 결정을 유지하고, 교단 측이 제기한 특별항고를 기각했다. 재판관 4명 전원이 같은 의견을 냈다.
최고재판소는 가정연합이 장기간에 걸쳐 고액 헌금 권유 등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활동을 반복해 다수 신자와 피해자들에게 재산적·정신적 피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해산 명령이 종교단체와 신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해산은 필요하고 부득이하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민법상 불법행위를 근거로 종교법인의 해산 명령이 확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정연합은 고액 헌금과 신자 모집 방식 등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을 빚어왔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023년 도쿄지방법원에 해산 명령을 청구했고, 도쿄지방법원은 지난해 3월 교단 해산을 명령했다.
당시 재판부는 헌금 피해자가 최소 1500명을 넘고 피해 규모가 약 204억엔(약 1900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도쿄고등재판소도 올해 3월 1심 판단을 유지했고, 법원이 선임한 청산인이 교단 재산 조사와 관리, 피해자 변제를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이번 최고재판소 결정으로 가정연합은 종교법인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종교 활동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며, 일반 법인격을 잃고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가정연합 측은 최고재판소 결정에 대해 “고등재판소 결정의 문제점을 최고재판소에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청산 절차가 시작되면서 전국 300곳 이상의 교회 시설에 출입할 수 없게 됐고, 교회를 잃은 신자들이 정신적 부담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정연합 해산 논란은 2022년 7월 아베 전 총리가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 이후 본격화됐다. 범행 피고인이 “어머니가 통일교에 거액을 기부해 가정이 무너졌다”고 범행 동기를 밝히면서, 교단의 헌금 방식과 정치권과의 관계가 일본 사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일본에서 과거 법령 위반을 이유로 해산 명령이 확정된 종교법인은 1995년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 사건을 일으킨 옴진리교 등 2곳이 있다. 하지만 민법상 불법행위를 근거로 해산이 확정된 사례는 가정연합이 처음이다.
한편 청산 절차와 관련해 옛 통일교의 헌금 피해 등 채권 신고는 지난달 20일부터 접수됐으며, NHK에 따르면 약 한 달 동안 61명이 신청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