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선관위 국조서 맹폭…"투표지 부족, 무능 책임져야"

입력 2026-06-23 18:28

국회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에서 여야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 대응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사상 초유의 참정권 박탈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보고 체계와 현장 대응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23일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민주당은 선관위의 무능과 불통을 문제 삼았다. 여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투표 당일 보고서와 상황일지에 투표 중단 사실이 보고되지 않았고, 언론의 문의가 들어온 뒤에야 공보과를 통해 사무총장과 노태악 전 위원장에게 보고됐다고 지적했다. 이광희 의원도 잠실4동 투표소에서 투표가 중단된 뒤 중앙선관위가 1시간 40분 넘게 지나서야 상황을 인지했다며 책임을 물었다.

국민의힘은 위철환 중앙선관위원장 직무대행을 정조준했다. 위 대행이 선관위 유일 상임위원이라는 점을 들어 사퇴를 압박했다. 서범수 의원은 상임위원이 위원장을 보좌하고 사무처를 감독해야 하는 만큼 총체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은혜 의원은 투표용지 축소 지침이 지난해 11월 회의 보고 안건에 포함됐던 점을 지적하며 위 대행의 해명을 추궁했다.

증인들의 무더기 불출석도 논란이 됐다. 이날 오전 회의에는 증인 43명 중 16명이 불참했다. 여야 의원들이 비상임위원들의 집단 불출석을 강하게 질타하자 위 대행은 업무와 중복되지 않는다면 즉시 출석하도록 조치하겠다고 했다. 이후 오후 회의에는 중앙선관위 비상임위원 5명과 오민석 전 서울시선관위원장, 민소영 전 송파구선관위원장 등이 추가로 참석했다.

선관위의 기강 해이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남희 민주당 의원은 선관위 해외 출장 예산과 노 전 위원장의 배우자 동행 출장 항공권 비용을 거론하며, 이런 비용은 쓰면서 투표용지 비용은 줄여야 했느냐고 비판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노 전 위원장이 '소쿠리 투표' 논란으로 사과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부부 동반 해외 출장을 다녀갔다며 외유성 출장 의혹을 제기했다.

제도 개선 방향을 놓고도 논의가 이어졌다. 선관위는 감사기구 법률화, 국회 산하 독립적 선거관리평가위원회 설치, 선관위원장 상근제 도입, 범정부 지원체계 법제화 등을 개혁 방안으로 보고했다. 여야는 선관위에 대한 감독 강화와 비상임 선관위원의 상임직 전환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개헌 문제에서는 온도 차가 있다. 민주당에서는 선관위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려면 헌법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원포인트 개헌에는 반대 입장을 보이며, 사전투표 폐지 여부를 포함한 투개표 방식 개편과 외부 감찰관제 신설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