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 강세로 한국 원화와 일본 엔화 가치가 하락한 가운데 유로화는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과거 위기 때마다 가치가 오른 엔화는 안전자산 지위를 완전히 잃은 반면 유로화는 달러를 잇는 제2 기축통화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이날 161엔 수준을 유지했다. 3년 전인 2023년 6월 141엔대보다 14% 이상 올랐다(통화 가치 하락). 지난 1년 동안에만 약 12% 상승해 통화 가치 하락 속도가 빨라졌다. 같은 기간 유로화는 달러당 0.92유로에서 최근 0.872유로로 하락했다. 달러당 유로화가 떨어졌다는 것은 유로화 가치가 그만큼 올랐다는 뜻이다. 유로화는 작년 말과 비교하면 통화 가치가 소폭 하락했지만 3년 기준으로 보면 올랐다.
엔화가 안전자산 지위를 잃은 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께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미국 중앙은행(Fed) 등이 가파르게 금리를 올렸지만, 일본은행은 경기 침체와 저물가 우려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고수했다. 이로 인해 엔화를 빌려 달러를 사려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발생해 엔화 가치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연 1%로 인상해 1995년 9월 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지만 주요국과의 금리 차는 여전하다.
외환당국 고위 관계자는 “엔화 약세의 직접적 트리거는 우크라이나 전쟁이지만, 일본은행을 내세워 무제한 돈풀기에 나선 아베노믹스로 일본 경제 체질이 약해진 것이 구조적인 원인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2022년 당시 Fed에 발맞춰 금리를 연 -0.5%에서 연 4.5%까지 과감하게 끌어올렸다. 현재 ECB 기준금리는 연 2.4%지만 일본과 비교하면 Fed(연 3.50~3.75%)와의 금리 차가 크지 않다. 유로화는 글로벌 결제 시스템(SWIFT)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22%로 달러(약 51%)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등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도 유지하고 있다. 엔화 비중은 3.3% 정도에 그친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