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1위 운용사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AUM)이 10조원을 넘어섰다. 대형 금융그룹 계열 운용사가 아니라 독립계 자산운용사가 ETF 사업만으로 순자산 10조원을 달성한 것은 타임폴리오가 처음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타임폴리오가 운용하는 ‘TIME 액티브 ETF’ 19개 상품의 AUM은 전날 기준 10조107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 처음 1조원을 넘어선 이후 1년5개월 만에 열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업계에서는 이번 성과를 국내 ETF 시장에서 펼쳐진 ‘다윗과 골리앗의 승부’에 비유한다. 삼성, 미래에셋, KB 등 대형 금융그룹 계열사가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독립 운용사가 액티브 ETF만으로 순자산 10조원을 일궈냈기 때문이다.
액티브 ETF는 펀드매니저가 시장 상황과 투자 판단에 따라 종목 구성 및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지수 대비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코스피200지수나 S&P500지수 등 특정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 ETF와 달리 운용 역량이 성과를 좌우한다.
타임폴리오는 2021년 국내 최초로 액티브 ETF를 선보인 이후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테마 ETF를 잇달아 출시해 성공을 거뒀다. 국내 주식형 액티브 ETF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업계에서 국내 액티브 ETF 시장을 사실상 개척한 운용사로 평가받는다. 성장을 견인한 것은 미국 기술주와 인공지능(AI) 관련 ETF다.
업계에서는 이번 성과가 단순한 외형 성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한다. 김남호 타임폴리오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투자자들이 단순 지수 추종을 넘어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액티브 ETF를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수수료보다 수익률"…헤지펀드 DNA 통했다
업계 패시브 ETF 수수료 경쟁 때 국내 최초 액티브 ETF 선보여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 10조원 돌파는 황성환 대표의 역발상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ETF 시장이 저보수 패시브 ETF 중심으로 재편되던 시기 액티브 ETF의 성장 가능성에 베팅했고, 이를 실제 성과로 입증해냈기 때문이다.
◇헤지펀드 DNA…“달리는 말에 타라”국내 ETF 시장은 오랫동안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대형 운용사들이 주도해왔다. 코스피200이나 S&P500 등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가 시장 성장을 이끌었고 경쟁의 핵심은 수수료였다. 규모가 큰 운용사일수록 유리한 구조였다.
하지만 황 대표는 다른 길을 택했다. 그는 일찍부터 “한국 투자자는 지수보다 수익률을 본다”는 철학을 강조해왔다. 시장 평균 수익률에 만족하기보다 초과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대형사와 수수료 경쟁을 벌이기보다 운용 능력으로 승부하는 액티브 ETF 시장을 선택했다.
타임폴리오는 2021년 국내 최초 액티브 ETF를 상장하며 시장 개척에 나섰다. 당시만 해도 액티브 ETF는 생소한 상품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보다 빨랐다. TIME 액티브 ETF 19개 상품의 순자산총액은 지난 22일 기준 10조107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초 1조원을 돌파한 뒤 1년 5개월 만에 운용 규모가 10배 이상으로 늘었다.
업계에서는 타임폴리오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헤지펀드 DNA’를 꼽는다. 황 대표는 저평가 종목을 장기 보유하는 전통적인 가치투자보다 시장의 주도 업종과 강한 모멘텀을 가진 종목에 집중하는 투자 방식을 선호한다. 이른바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전략’이다. 상승 흐름이 확인된 산업에는 과감하게 비중을 확대하고 흐름이 꺾이면 빠르게 대응하는 전략이다. .
이 같은 전략은 최근 AI와 반도체, 우주항공, 방산, 휴머노이드 등 성장 산업이 시장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대표 상품인 TIME 미국나스닥100액티브 ETF는 상장 이후 514.5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비교지수인 나스닥100 원화환산 수익률(196.83%)을 300%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TIME 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 ETF도 상장 이후 649.60%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순자산 3조원 규모의 대표 상품으로 성장했다. AI 반도체뿐 아니라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메모리, 소프트웨어 등 AI 밸류체인 전반에 투자한 점이 차별화 요소로 꼽힌다. ◇멀티매니저 경쟁 시스템으로 차별화타임폴리오의 경쟁력은 운용 시스템에서도 드러난다. 타임폴리오는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드물게 헤지펀드식 멀티매니저 시스템(MMS)을 운영하고 있다. 한 명의 스타 펀드매니저에게 펀드 운용의 전권을 맡기는게 아니라 여러 명의 전문 펀드매니저에게 자금을 분산해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ETF 시장에서 보기 드문 구조”라며 “헤지펀드의 성과 중심 문화를 공모 ETF에 성공적으로 접목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이 높은 보수에도 타임폴리오 ETF를 선택한 이유 역시 성과다. 액티브 ETF는 패시브 ETF보다 총보수가 높지만 비교지수를 웃도는 수익률이 이어지면서 개인 자금이 꾸준히 유입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10조원 돌파를 액티브 ETF 시장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패시브 ETF가 비용 경쟁이라면 액티브 ETF는 성과 경쟁이라는 점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타임폴리오는 높은 보수에도 불구하고 차별화된 성과와 상품 경쟁력으로 국내 액티브 ETF 시장을 열었다”며 “ETF 시장이 단순 지수 추종에서 운용 역량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