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결혼의 경제학

입력 2026-06-23 17:28
수정 2026-06-24 00:35
“남들은 싸우도록 놔둬라. 그대 축복받은 오스트리아여 결혼하라.” 스위스 변방에서 출발한 합스부르크 가문은 15세기 이후 독일과 오스트리아,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체코, 헝가리 등에 있는 수많은 왕이나 제후와 혼인을 맺었다. 결혼을 통해 영토를 확장하고 재산을 불렸다. ‘결혼정책’은 유럽의 패권을 장악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결혼은 이해득실을 치열하게 계산한 결과물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는 결혼을 두고 남녀가 독신으로 있을 때보다 경제적 수입이나 가사·양육의 효용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기에 감행하는 행위로 봤다. 결혼의 ‘비용’과 ‘편익’을 비교하면 ‘남는 장사’라는 얘기다. 학력과 직업, 소득 등이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하는 동질혼이 늘어나는 것도 ‘효용 극대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때론 결혼 여부가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이나 손실로 이어진다. 기원전 403년 로마에선 ‘노총각세(Aes uxorium)’를 도입해 미혼 남성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웠다. 현대 맞벌이 부부는 합산 소득이 증가하는 ‘결혼 보너스’와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결혼 페널티’ 사이를 끊임없이 오간다. ‘혼(婚)테크’는 복잡한 고차 방정식이다.

최근 혼인 증가세가 뚜렷하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혼인 건수(6만2309건)는 전년 동기 대비 6.1% 늘었다. 연간으로는 최근 3년 연속 증가해 2022년 19만1690건에서 지난해 24만326건으로 뛰었다. 특히 20대 결혼이 크게 늘고 있어 주목된다. ‘골드미스’라는 용어가 유행하며 비혼, 만혼이 증가한 2010년 언저리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결혼 증가 현상을 두고 치솟는 주거비용에 대응하기 위한 ‘생존결혼’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부부 소득을 일찍 합치는 게 자산 형성의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퍼져 결혼을 서두른다는 설명이다. 신혼부부 대출·청약 같은 제도도 혼인 증가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재고 따져도 예상 밖의 일이 닥치는 게 결혼 생활이다. 부부가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계산’에 없는 행복도 찾아나가기를 바란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