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와 슬라임의 무대에서 인간을 보다

입력 2026-06-23 17:45
수정 2026-06-24 00:53
세계적 안무가 다미앵 잘레와 조각가 코헤이 나와의 협업작 3편(플래닛, 미스트, 프리즘)이 24일부터 28일까지 서울 GS아트센터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잘레와 나와는 무용, 시각예술, 음악 등 장르를 넘나드는 협업으로 높은 관심을 받아왔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13년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전시된 코헤이 나와의 ‘거품’에서 출발했다. 잘레는 작품 속에서 재해의 기억과 변화하는 자연의 이미지를 발견했고, 이는 자연과 인간, 물질과 신체에 대한 나와의 관심과 맞닿으며 협업으로 이어졌다.

‘플래닛(방랑자·사진)’(24~26일)은 2021년 파리에서 처음 선보인 작품이다. 인간의 중간 세계인 ‘갈대의 땅’을 배경으로 가혹한 환경에서 저항하고 방황하는 생명의 모습을 그렸다. 모래, 감자전분, 슬라임, 안개 등 물질들이 무용수들의 신체와 어우러져 강렬한 시각 이미지를 구현한다. 잘레는 “‘플래닛’이라는 단어에는 ‘행성’이라는 의미뿐 아니라 어원적으로 ‘방랑자’라는 뜻도 담겨 있다”며 “인간은 자신이 사는 세계의 이면, 혹은 그 너머에 닿고자 한다는 의미에서 방랑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미스트’(28일)는 두 예술가가 국제적 현대무용단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 1)와 협업해 선보이는 영상이다. 네덜란드의 짙은 안개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18명의 무용수가 안개를 통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자연의 순환을 그려낸다.

‘프리즘’(28일)은 프리즘 시트를 부착한 두 개의 상자 속 무용수들의 신체와 관람자의 시선과 각도에 따라 변형되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