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행동주의' FCP, 에스원에 주주가치 제고 요구

입력 2026-06-23 17:25
수정 2026-06-24 00:17
이 기사는 6월 23일 오후 4시 34분 한국경제신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프리미엄9'에 게재됐습니다.
싱가포르계 행동주의 펀드 플래시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FCP)가 삼성그룹 계열사 에스원을 상대로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고 나섰다. 2022년 KT&G를 상대로 행동주의 캠페인을 벌인 뒤 4년 만이다. 주주가치 보호에 중점을 둔 상법 개정 후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가 한층 거세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스원 이사회에 주주 서한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FCP는 최근 에스원 이사회에 주주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주주 서한을 발송했다. 서한에는 3개년 목표주가 및 5개년 사업 비전 발표, 잉여 현금 활용 계획 수립, 주주 소통과 이사회 전문성 강화 등 다섯 가지 요구사항을 담았다.

FCP는 에스원 발행 주식의 1% 이상을 보유한 소수 주주로, 그동안 물밑에서 이사회와 경영진 주주 면담을 요청했으나 제대로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FCP가 에스원을 행동주의 타깃으로 삼은 건 주가가 현저히 저평가됐다고 판단해서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에스원은 1977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민간 경비업체다. 1980년 삼성이 일본 보안 기업 세콤과 합작 투자를 단행하면서 삼성그룹에 편입됐다.

국내 보안·경비시장은 에스원과 SK쉴더스, KT텔레캅 3개사가 삼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에스원은 시장 점유율 50%가량을 차지하는 1위 기업이지만, 주가는 최근 10년간 30% 하락했다. 에스원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기업가치(EV)는 3.6배로, 2위 업체 SK쉴더스가 수년 전 인정받은 수준(12배)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게 FCP의 설명이다.

에스원이 회사에 쌓아둔 순현금은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시가총액 약 2조7000억원의 절반 수준이지만 실버케어, 드론, 사이버 보안 등 신성장 사업으로 확장하는 움직임은 지지부진하다.

이상현 FCP 대표는 “자사주를 즉시 소각하고 배당 확대 또는 미래 신사업 투자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동주의 펀드 공격 50% 증가FCP는 에스원이 저평가된 원인이 지배구조에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의 중요한 경영상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이사회의 전문성이 결여돼 있다는 것이다. 지난 25년간 에스원 대표는 모두 삼성그룹에서 내려온 임원이었다.

올해 3월 선임된 정해린 대표 역시 삼성 계열 급식업체 삼성웰스토리 출신이다. 사외이사도 관계와 학계, 법조계 출신 인사로만 채워져 있다. 주주와의 소통 역시 소홀히 해 1년에 한 번뿐인 기업설명(IR) 행사는 하루 전에 공시했다.

FCP 측은 “에스원 이사회는 20% 주주인 삼성의 이익만 살피며 나머지 80%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며 “올바른 거버넌스가 확립된다면 에스원 주가는 중장기적으로 약 6배까지 재평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20년 설립된 FCP는 어피니티, 칼라일 등 사모펀드(PEF)업계 출신인 이 대표가 이끌고 있다. 이 대표는 칼라일 한국 대표 시절 ADT캡스(현 SK쉴더스)를 2014년 2조650억원에 인수했다가 4년 뒤 SK텔레콤에 2조9700억원에 매각한 전력이 있다. FCP는 KT&G 행동주의 캠페인 때도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거버넌스 개선과 주가연동 보상제 도입, 인삼공사 분리 상장 등을 요구했다. 최근 주주가치 보호에 중점을 둔 개정 상법이 시행되자 행동주의 캠페인이 급증하고 있다.

에스원 관계자는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경영진은 2025년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을 뿐 아니라 배당성향이 60%대로 시장 평균을 크게 웃도는 등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모든 주주의 이익을 균형 있게 고려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검토해 시장과 소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