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0주년을 맞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아시아 대표 장르 영화제로 성장했지만, 시민 혈세가 대거 투입되는 공공행사임에도 예산 집행의 투명성과 관리·감독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부천시와 BIFAN에 따르면 올해 BIFAN에 투입되는 부천시 지원 예산은 59억7200만원이다. 여기에 후원회가 유치한 후원금 5억2900만원을 더하면 전체 운영 예산은 65억원을 웃돈다.
지난해에도 시 지원금 52억9100만원과 후원금 약 6억원 등 모두 59억원 규모의 예산이 영화제 운영에 쓰였다. 문제는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데도 예산 집행 과정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취재진이 영화제 후원금 사용 내역과 관리 현황을 문의하자 부천시 실무부서는 "영화제 운영 주체가 부천시가 아니어서 답변하기 어렵다", "공개할 수 없다", "관련 자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취지로 답했다. 시 예산이 지원되는 사업인데도 후원금 사용처나 세부 집행 내역의 확인 여부, 사후 점검 절차 등에 대해서도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영화제 후원금 모금 과정과 시의 역할을 둘러싼 모순도 드러났다.
영화제 측은 해마다 부천시청에서 기업 후원금 전달식을 열고 있다. 농협 등 관내 중견기업들이 참여해 수억원 규모의 후원금을 전달하는 행사다. 전달식은 시청에서 열리고 시 관계자들도 참석하지만, 정작 후원금 사용 내역과 집행 과정에 대해서는 시가 관리 주체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부천시는 영화제 운영 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보고 내용을 검증하는 절차나 예산 집행의 적정성을 확인하는 별도의 관리 체계는 확인되지 않거나 주체측이 아니라는 이유로 시는 숨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 재원이 투입되는 문화행사일수록 투명한 회계 관리와 정보 공개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 보조금과 기업 후원금이 함께 투입되는 구조에서는 시민이 예산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개 체계와 정기적인 성과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올해로 서른 번째를 맞은 BIFAN은 아시아 최고의 장르 영화제로서 위상을 다지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마니아층을 위한 행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역 문화계 일각에서는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운영의 폐쇄성을 꼽는다. 시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 축제인 만큼, 대중성과 접근성을 높여 모든 부천시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곽내경 국민의힘 부천갑 당협위원장은 "공공 예산이 투입되는 축제라면 사업 성과뿐 아니라 예산 사용 내역도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며 "행사의 위상과 규모가 커질수록 회계 투명성과 책임성도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 혈세가 대규모로 투입되는 만큼 부천시가 단순 지원기관을 넘어 예산 집행과 성과 관리에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BIFAN 30주년을 맞아 영화제의 지속가능성과 시민 공감대를 확보하려면 운영 전반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관리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천=정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