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 기혼자가 독신이라고 속이고 교제하는 '위장 독신'이 사회문제로 부상 중이다. 위장 독신 피해자가 임신하는 사례까지 등장하자 전문가들은 가해자에 대한 형사 처벌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2일 일본 닛테레뉴스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2년 전 '위장 독신 피해자 모임'이 설립돼 지금까지 수백 건의 상담이 접수됐다. 이들을 상대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207명 가운데 42명이 임신(낙태·유산·출산 포함)하는 피해를 겪었다.
일본 현지에서는 이같은 문제가 개인적인 연애사로 치부되거나 오히려 당한 쪽의 잘못이라고 생각되는 문화적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가해자가 교묘하게 위장한 사례가 많고, 피해자의 인생이 파괴되는 사례가 드러나 최근 사회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닛테레뉴스는 일본 도쿄에 살고 있는 30대 여성 마유(가명)씨의 사례를 보도했다. 마유씨는 임신 17주차 때 남자친구에게서 "사실 결혼해서 아이가 있고, 이혼하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남성은 교제 전 자신이 한 번 이혼했다고 밝히거나, 만난 지 두 달 만에 결혼을 결심해 혼인신고서를 작성할 때도 재혼 란에 체크표시를 하는 등의 행위로 마유씨를 속였다.
그러나 마유씨가 불임치료 1년 후 교제 2년 만에 임신했을 때 남성은 자신이 결혼한 상태이며 이혼도 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충격을 받은 마유씨는 작년에 홀로 딸을 출산한 뒤 남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문제는 위장 독신이 법적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일본 법률로서는 위장 독신이 기본적으로 형사 건으로 처벌되지 않는다. 민사소송에서 이겨도 배상액이 수십만엔 수준에 불과하다.
시마오카 마나 오사카대 대학원 교수는 "금전을 갈취하거나 재산을 이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혼 사기에 해당하지 않아 사기죄로 묻는 것이 어렵다. 위장 독신 가해자에 대한 형사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해당 매체에 말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