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지니, 통신대리점 상권분석 시스템 만들어줘.”
지난 23일 서울 세종로 KT광화문빌딩 11층 이노베이션 허브. 자연어로 요구사항을 말하자 인공지능(AI)이 제품 요구사항 문서를 만들고 개발자가 포함된 에이전트팀을 구성했다. 몇 분 뒤 서울 시내 통신대리점 출점 후보지를 분석하는 대시보드가 화면에 나타났다. 예상 매출과 경쟁사 입지, 유동 인구 등을 종합해 출점 적합도를 점수화한 결과였다.
KT는 기업 고객의 AI 전환(AX)을 지원하기 위해 현장 중심 AI 체계를 구축했다. 핵심은 AX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이노베이션 허브'와 엔드투엔드 개발 프로그램 'AX 스쿼드'다.
KT가 해당 공간을 만든 이유는 명확하다. 생성형 AI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은 많지만 실제 사업 성과를 내는 곳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전승록 KT AX사업부문 AX전략본부장은 "AI 투자와 도입은 급증하고 있지만 실제 매출과 재무 성과로 이어지는 사례는 제한적이다"며 "고객이 가장 작은 성공 사례를 빠르게 만들고 이를 현장에 확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노베이션 허브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노베이션 허브는 단순히 고객이 AI 기술을 체험하는 전시장이 아니다. 기업이 안고 있는 업무 과제를 가져오면 KT 전문가들이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방안을 검증하는 'AX 실험실'에 가깝다.
성과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이후 약 200개 기업이 이노베이션 허브를 방문했다. 이 가운데 30여개 기업은 KT와 함께 실제 업무 현장에 AI를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KT에 따르면 한 금융사는 이노베이션 허브에서 설계한 AI 프로젝트를 실제 업무 환경에 적용했으며, 보험 영업 인력들이 AI 기반 분석 기능을 활용해 영업 효율성과 성과를 높이고 있다.
KT는 고객사의 AI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사업개발과 컨설팅, 개발 인력이 한 팀으로 움직이는 'AX 스쿼드'도 운영하고 있다. 6주 검증 프로그램을 통해 AI 에이전트 개발과 현업 테스트, 효과 검증까지 수행한다. 단순한 기술 시연이 아니라 투자 대비 효과(ROI)와 사업성을 조기에 확인하는 것이 목표다.
이날 진행된 시연 역시 AX 스쿼드가 고객과 수행하는 프로젝트 과정을 압축해 보여준 사례다. AI는 요구사항을 분석한 뒤 프론트엔드와 백엔드 개발자, QA 엔지니어, 도메인 전문가 역할의 에이전트를 자동 구성했다. 이후 시장 조사와 데이터 수집, 애플리케이션 개발, 품질 검증을 병렬로 수행하며 수천 줄의 코드를 생성했다. KT는 이 같은 방식으로 AI 도입 검증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술의 기반에는 KT가 자체 개발한 'AX 하네스'가 있다. AI 모델과 에이전트, 프롬프트를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특정 모델에 종속되지 않고 다양한 AI 모델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AI가 계획 수립과 실행, 품질 검증 단계를 체계적으로 수행하도록 설계해 정확성과 안정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전승록 본부장은 “KT 역시 지난 2년간 스스로 AX를 추진하며 수많은 실패와 성공을 겪었고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라며 “기업 간 거래(B2B) 고객들이 우리와 똑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돕는 것이 앞으로 KT의 역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