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둘러싼 노사 공방이 본격화했다. 노동계는 고물가와 실질임금 하락을 이유로 시급 1만2000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경영계는 과도한 인상이 고용을 줄일 상황이라고 맞섰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논의에 들어갔다. 노동계는 저임금·취약계층의 생계 부담을 앞세웠다. 근로자위원인 한국노총 류기섭 사무총장은 반도체 수출 호조 등으로 경제성장률 전망이 상향됐지만 대기업의 초과이윤은 위로만 쏠리고 있다며 노동시장 양극화가 생계비 위기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 사무총장은 시급 1만2000원 요구가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유가와 고물가에 따른 실질임금 하락 속에서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을 돕고, 소비 확대를 통해 내수와 지역경제, 자영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대책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노총 이미선 부위원장도 최저임금 노동자에게 최근의 증시 호조나 경기 회복 기대는 체감하기 어려운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물가가 올라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내년 최저임금 1만2000원은 여유로운 생활이 아니라 가족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라고 강조했다.
사용자 측은 최저임금의 누적 인상 부담을 부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총괄전무는 그동안 고율 인상이 이어지면서 한국의 최저임금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국제 비교에서도 주요 7개국 평균보다 세후 최저임금이 17.9% 높다며, 내년도 최저임금은 가장 어려운 업종과 사업장 규모를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양옥석 인력정책본부장은 최저임금이 노동생산성 이상으로 오르면 일자리가 줄고 초단기 근로와 쪼개기 고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 투자와 연구개발 여력이 약해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도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과도한 인상은 물가 상승과 소비자 편익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든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날 회의에서 노사 양측의 공식 최초 요구안은 제출되지 않았다. 노동계는 이미 올해 최저임금 1만320원보다 16.3% 오른 시급 1만2000원, 월 250만8000원 안을 요구안으로 제시한 상태다. 경영계는 일부 사용자위원 사이에서 삭감 의견까지 나오며 내부 조율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임금 법정 심의 시한은 오는 29일이다. 시한을 넘기더라도 최저임금위는 행정절차를 고려해 7월 중순까지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후 노동부 장관은 8월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해 고시한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