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1.3조 매도 폭탄…삼성전기 던지고 '이 종목' 담았다 [분석+]

입력 2026-06-23 10:57
수정 2026-06-23 11:15

국민연금이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서 나흘 연속 1조3000억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매도에 나섰다. 코스피가 9100까지 치솟으며 국내 주식 비중이 마지노선을 넘어서자 국민연금이 이달 말 리밸런싱(자산 배분 재조정) 유예 종료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국내 주식을 매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연기금의 리밸런싱 방향이 국내 증시의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최근 한 달간 코스피시장에서 2조5000억원가량을 순매도했다. 특히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4거래일간 코스피시장에서 1조2696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지난 17일 1676억원, 18일 3920억원, 19일 5267억원, 22일 1833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차익실현에 나섰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대부분이 국민연금 물량일 것으로 추정한다. 이를 두고 단순한 단기 차익 실현을 넘어선 구조적인 비중 축소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우선 이러한 매도 행렬의 주된 원인으로 국민연금의 자산 배분 기준 적용 시점을 지목한다. 국민연금은 지난 1월 기금운용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운용 허용 범위를 이탈하더라도 기계적인 매도를 유예할 수 있었으나 이 조치가 이달 말로 끝난다.

다음달부터는 정상적인 자산 배분 기준이 엄격하게 다시 적용되기 때문에 유예 종료 직후 발생할 수 있는 매도 충격을 분산하기 위해 미리 물량을 덜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기금위는 대규모 매도로 인한 증시 하방 압력을 줄이기 위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상향하고 전술적 자산 배분 허용 범위를 넓혀 허용 상단을 28.8%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코스피가 9100까지 치솟으며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이 3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가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추가로 상승할 경우 장기 자산 배분 원칙을 지키기 위한 연기금의 기계적 매도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허용 범위를 넘어선 국내 주식 비중을 낮추기 위해 향후 최대 60조원 규모의 국내 주식을 매도해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시장에서는 과거와 같은 '매물 폭탄'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연금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에 집행할 수 있는 리밸런싱 규모를 축소한 데다 장기간에 걸쳐 분산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19일 기준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내 국내 주식 비중이 31.4%로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매물 출회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국민연금 순매도 업종으로 상사·자본재, IT하드웨어, 2차전지, IT가전, 증권, 자동차 등 20개 종목을 꼽았다.

최근 한 달간 연기금이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은 삼성전기로, 7770억원 순매도가 이뤄졌다. 뒤이어 SK스퀘어(4749억원), 미래에셋증권(2921억원), 두산(2117억원), LG이노텍(1879억원), 삼성전자우(1858억원), 포스코홀딩스(1553억원) 순이었다. 증시 급등 과정에서 수익 실현과 함께 자산배분 비중 조정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리밸런싱을 위한 순매도 속에서도 네이버(4598억원), SK하이닉스(4318억원), 현대모비스(1589억원), 삼성생명(1100억원), 신한지주(1016억원) 등은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허용 상단을 초과한 국내 주식 비중을 점진적으로 낮춰야 하는 근본적인 상황은 변함이 없다"며 "결국 국내 증시의 핵심 수급 주체인 연기금의 지속적인 매도 행진은 당분간 시장의 상승 탄력을 둔화시키는 주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