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12년이 흘렀지만, 살아 돌아온 이들의 시간은 여전히 그날에 멈춰 있다.
최근 참사 직후 극심한 고통 속에서 수차례 친구들의 뒤를 따르려 했던 생존 학생이 끝내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유경근 전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22일 자신의 SNS에 '왜 친구들 몫까지 살아야 하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세월호 생존자 A씨의 부고를 전했다.
유 위원장은 "안타까운 마음에, 잘 살면 좋겠다는 마음에 '먼저 간 친구들 몫까지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들 하는데 이런 말은 하면 안된다"면서 "생존학생들은 친구들이 죽어가는 것을 직접 보면서 힘겹게 살아 돌아왔다. 나만 살아 돌아왔다는 이유로 눈총도 받고 ‘죄책감’에 꿈은커녕 당장의 삶을 살아가기에도 힘겹다"고 했다.
이어 "이미 자신만의 삶도 엉망이 돼버린 경우가 대다수"라며 "그런 생존학생들에게 먼저 간 친구들 몫까지 살아야 한다는 건 2차 가해를 넘어 거의 살인에 가까운 끔찍한 폭력이다. 그러니 이런 말을 너무 쉽게 안 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몸도 마음도 아프지 말고, 특히 죄책감 같은 거 갖지 말고, 그냥 평범하게, 그냥 남들처럼 그렇게 살아만 줘도 좋겠다"며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게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여전히 숨어서 아파하고 있을 생존학생들에게도 미안하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병풍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며 탑승객 476명 중 304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대형 참사였다. 172명만이 기적적으로 생존했으나, 이들의 고통은 참사 당일로 끝나지 않았다.
참사 이후 생존 학생과 유가족, 그리고 당시 구조 작업에 투입된 민간 잠수사는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죄책감, 사회적 편견에 시달렸다. 실제로 이번에 세상을 떠난 생존 학생 외에도, 참사 직후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펼친 김관홍 잠수사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등, 지금까지 참사 이후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등진 피해자는 생존 학생과 구조자를 포함해 최소 수십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위원장은 "죽임을 당한 희생자와 유가족뿐만 아니라 생존 학생과 민간 잠수사도 같은 피해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