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유통기업 월마트의 본거지인 아칸소 북서부 지역이 급격한 성장으로 주택 가격 급등과 주거비 부담 확대에 직면했다. 지역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높은 생활 수준과 저렴한 주거비가 약화하면서 장기적인 경쟁력에도 영향을 주면서다.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월마트 본사가 위치한 아칸소 북서부의 주택 가격은 최근 5년 동안 60% 상승했다. 이 지역에는 하루 평균 33명이 새로 유입되고 있으며, 월마트의 신사옥 인근 자전거 통근권 주택 일부는 100만달러 이상에 매물로 나와 있다. 이는 미국 평균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가격 상승은 아칸소 북서부가 농촌 지역에서 대도시권으로 변모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월마트의 사업 성장과 창업자 샘 월턴 일가의 투자에 힘입어 지역 경제가 확대됐고, 미술관과 의과대학, 오자크 산맥 일대 자전거 인프라 등이 조성되면서 고소득 인력이 대거 유입됐다. 전 월마트 관리자 출신인 스콧 베네딕트는 FT에 “훨씬 비싸졌지만 동시에 훨씬 살기 좋은 곳이 됐다”고 말했다.
벤턴빌에서 페이엇빌까지 이어지는 약 30마일 구간의 고용 증가율은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3.4%로 미국 평균의 두 배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5년간 인구는 13만명 증가한 62만2천명으로 늘었으며,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대도시권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지역 인구는 2050년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성장의 중심에는 월마트가 있다. 연 매출 7천억달러가 넘는 월마트는 지난해 개장한 350에이커 규모 신사옥 단지에 최대 1만5천명을 수용할 수 있다. 이 주변에는 공급업체와 전자상거래 컨설턴트, 회계법인, 로펌 등이 집결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타이슨푸드와 JB헌트, 아칸소대학도 고용 확대에 나섰다.
문제는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지역 4대 도시에서는 약 3만 가구가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 지수에 따르면 주택 구입 가능성은 2020년 이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현재는 시카고와 댈러스, 오스틴보다도 주택 구입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부동산 중개인 코디 듈리는 “생애 첫 주택 구매자들의 거래가 사상 최저 수준”이라고 말했다.
주택 수요 증가는 도시 외곽 개발도 가속화하고 있다. 개발 압력이 높아지면서 일부 지역은 하수 처리 용량 부족으로 신규 개발을 제한하고 있다. 월마트 창업자의 딸인 앨리스 월턴은 벤턴빌 하수도 개선을 위해 2억3900만달러를 대출하기로 했다.
지역 정부들은 도시 확산 대신 고밀도 개발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벤턴빌은 올해 4월 기존 토지이용 규정을 폐지하고 보행 친화적 개발과 다양한 주거 형태를 허용하는 새 규정을 도입했다. 인근 로저스도 주거·상업·산업 구역을 엄격히 분리하던 방식을 폐지하고 건물 형태 중심의 개발 규제를 채택했다.
로저스시는 개발 승인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표준 설계 도면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그레그 하인스 시장은 도시 외연 확장보다 도심 재개발과 수직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경제계 역시 대응에 나섰다. 노스웨스트 아칸소 카운슬은 올봄 지방정부 간 협력을 통해 녹지를 보존하고 직장 인근에 주택을 집중적으로 공급하는 계획안을 발표했다. 월턴 패밀리 재단은 외부 도시계획 전문가 파견을 지원하고 저렴한 주택 사업에도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벤턴빌에서는 교사와 교육구 직원들을 위한 전용 주택 단지도 추진되고 있다.
메러디스 버그스트롬 월턴 패밀리 재단 프로그램 책임자는 지역이 미국식 무분별한 도시 확장의 상징으로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조기 개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택 비용이 현재 주민과 신규 이주자 모두에게 현실적인 우려가 되고 있다며 지역 사회가 모든 계층이 안정적인 주거를 확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