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컬처웍스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베트남 법인에 대해 또다시 채무보증을 결정했다. 국내 영화관 시장 회복세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가운데, 베트남을 사실상 유일한 해외 성장 거점으로 판단하고 지원을 이어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컬처웍스는 '롯데시네마 베트남'에 신한은행 차입금 1000만달러(약 151억2800만원)에 대한 채무보증을 결정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보증기간은 오는 24일부터 내년 7월 1일까지다.
이번 보증 규모는 롯데컬처웍스 자기자본 1300억5203만원의 11.63%에 해당한다. 공시상 롯데컬처웍스의 채무보증 총잔액은 658억9756만원이다. 채무보증 잔액 대부분은 베트남 법인 및 현지 계열사에 집중돼 있다.
롯데컬처웍스는 연결 기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79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베트남 법인은 여전히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롯데쇼핑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시네마 베트남은 1분기 별도 기준 자산 604억원, 부채는 2666억원으로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2062억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베트남 사업 규모는 작지 않다. 롯데시네마는 2008년 국내 멀티플렉스 가운데 처음으로 베트남에 진출했으며, 현재 현지에서 45개 극장을 운영하며 CJ CGV(84개관)에 이어 2위 사업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은 롯데컬처웍스가 유일하게 유지 중인 해외 영화관 사업이기도 하다. 롯데컬처웍스는 과거 중국, 인도네시아, 홍콩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실적 부진으로 대부분 철수하거나 정리했다. 홍콩 사업은 2020년 8월 철수를 결정해 같은 해 12월 말 운영을 종료했고, 2021년 법인을 청산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2020년 폐업 절차에 들어가 2021년 법인을 4억원에 매각했으며, 중국 산둥성 법인도 지난해 청산을 마쳤다.
업계에서는 이번 보증을 베트남 사업을 쉽게 접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정으로 보고 있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와 지급보증 부담 등을 고려하면 베트남 사업을 정리하더라도 적지 않은 비용이 수반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장 철수를 결정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영화관 산업의 성장 한계 역시 베트남 사업 지속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영화관 매출은 31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7% 증가했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7~2019년 1분기 평균 매출의 73.2% 수준에 그쳤다. 관객 수 역시 3190만명으로 전년 대비 53.2% 늘었지만 코로나19 이전 평균의 60.3%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베트남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에도 극장 중심 소비가 늘고 있는 드문 시장으로 평가된다. 젊은 인구 구조를 바탕으로 영화관과 쇼핑몰, 카페 등을 중심으로 한 도시형 문화 소비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베트남의 연평균 영화 관람 횟수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 주변국보다 낮은 만큼 극장 인프라가 확대될 경우 추가 성장 여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롯데컬처웍스는 누적된 재무적 부담과 완전자본잠식 우려 속에서도 베트남 시장의 장기 성장성에 베팅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 4월에는 호찌민 고밥점에 해외 최초로 사운드 특화관인 '광음시네마'를 도입했다. 회사는 향후 글로벌 브랜드인 '부맥스'라는 명칭으로 베트남 내 광음시네마 도입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연지 한경닷컴 기자 kong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