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기조에 고물가·고환율이 겹친 이른바 '3고(高)'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이 제때 갚지 못한 연체 금액이 12% 넘게 불어났다.
연말 특수가 사라지며 전 분기 대비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가운데, 비용 지출은 늘면서 이익률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23일 한국신용데이터(KCD)의 '2026년 1분기 소상공인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개인사업자의 총 대출 잔액은 732조2000억원으로 직전 분기인 작년 4분기보다 약 3조원(0.4%) 증가했다.
업권별로는 은행권 대출 잔액이 433조원으로 전 분기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 대출이 299조원을 기록하며 전 분기(296조원) 대비 3조원(1.0%) 늘었다.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지 못해 발생한 총 연체 금액은 14조6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약 1조6000억원(12.6%) 증가했다.
이 중 은행권 연체금은 2조7000억원, 비은행권은 11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 금액은 작년 4분기에 4.1% 줄어들며 2023년 3분기 이후 9분기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했으나, 올해 1분기 들어 다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의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강예원 한국신용데이터 데이터 총괄은 "소상공인의 대출 연체 금액이 한 분기 만에 다시 증가로 돌아선 것은 경영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개인사업자 중 대출을 보유한 사업장은 총 360만8000개로, 이 중 50만1000개(13.9%) 사업장은 이미 폐업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폐업 사업장 한 곳당 평균 대출 잔액은 6435만원이며, 평균 연체 금액은 742만원에 달했다.
1분기 개인사업자의 사업장당 평균 매출은 4258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9% 증가했다.
다만 연말 특수가 반영됐던 직전 분기(작년 4분기)와 비교하면 13.38% 감소한 수치다.
업종별로는 연초 '두바이쫀득쿠키' 등 디저트류 흥행에 힘입어 카페(+7.2%)와 베이커리·디저트(+11.4%)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성장했다.
반면 패스트푸드(-2.9%), 양식(-2.0%), 일식(-1.8%) 등은 매출이 줄었다.
숙박 및 여행서비스업(-4.9%),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업종(-5.1%) 등은 4분기 연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 감소세를 이어갔다.
사업장당 평균 비용 지출은 3259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36% 늘었다.
매출에서 지출을 제외한 영업이익은 999만원으로 2.63%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률은 23.5%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09%포인트(p) 하락했다.
강 총괄은 "1분기 매출 감소는 연말 특수가 종료된 계절적 요인이 크다"며 "소비자들이 여가 관련 지출을 줄이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소비 심리 위축이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1분기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서 거액의 성과급이 지급됐으나, 인근 상권의 매출 확대로 이어지는 '특수'효과는 나타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신용데이터가 SK하이닉스 본사가 위치한 경기 이천시 일대 점포 486곳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 2월 초 격려금 성격의 성과급이 지급됐음에도 1분기 인근 상권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은 0.8%에 그쳤다.
작년 한 해 매출이 5.6% 증가한 것에 비해 증가율이 낮았다.
업종별로는 외식업 매출이 1.1% 감소한 반면, 서비스업(+0.5%)과 유통업(+9.1%) 등은 증가세를 보였다.
이번 조사는 한국신용데이터의 개인사업자 경영관리 서비스인 '캐시노트' 가입 사업장 중 약 16만곳의 표본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캐시노트를 통해 수집된 사업장별 여신금융협회·홈택스 연동 데이터가 사용됐고, 대출 등 금융 현황의 경우 한국신용정보원으로부터 받은 개인사업자 대출 현황 자료를 활용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