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도 나눠야지"…황혼이혼 늘자 분할청구 8.5배 급증

입력 2026-06-23 07:12


이혼한 배우자의 국민연금을 나눠 받는 분할연금 수급자가 최근 10년 사이 8.5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그렇지만 제도적 결함으로 인해 연금을 나눠 받지 못하는 가입자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23일 국민연금연구원 유호선·이예인 연구원의 '국민연금의 분할일시금 도입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1만1802명이었던 분할연금 수급자는 2025년 6월 기준 9만9818명으로 9배 증가했다. 이 중 여성 비율이 8만7491명(약 88%)으로 압도적이다.

1인당 월평균 수급액은 2015년 말 약 18만4000원에서 2025년 6월 현재 약 29만원으로 올랐다. 성별로는 남성이 16만7000원, 여성이 31만원이다.

이 같은 급증세는 황혼이혼 증가가 원인으로 꼽힌다. 국가데이터처 자료 기준 혼인 기간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 비중은 1997년 9.8%에서 2024년 36.2%로 3배 이상 늘었다. 30년 이상 동거 후 이혼하는 비중도 2017년 10.9%에서 2024년 16.6%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전 배우자가 노령연금을 정상 수급할 때만 연금을 나누도록 규정해 자격 박탈 사례가 생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 배우자가 가입 기간 10년 미만으로 수급 연령에 도달하거나 이민, 사망 등으로 보험료를 반환일시금으로 한 번에 수령하면 상대방은 분할연금 청구권이 소멸한다.

실제로 2024년 말 기준 반환일시금 수급자는 19만8663명에 달한다. 사유는 60세 도달(69.62%), 국외 이주(19.43%) 순이다. 2025년 6월 말 기준 평균 수급액은 약 655만원, 최고액은 1억3411만원이다. 연금 분할을 먼저 신청했어도 전 배우자가 이를 일시금으로 찾아가면 나눠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실정이다.

보고서는 해결책으로 공무원연금 등처럼 분할일시금 제도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청 자격은 혼인 기간 5년 이상인 상태에서 상대방의 반환일시금 청구 전에 이혼한 경우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혼 전 지급된 돈은 공동 소비됐을 가능성이 크고 사후 환수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급 사유는 혼인 및 가입 기간 5년 이상, 이혼, 전 배우자의 반환일시금 청구 요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 보며 청구 기한은 5년이 제시됐다. 다만 소액 분할로 인한 행정·공증 비용 낭비를 막기 위해 분할 대상 액수가 50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신청하도록 하한선을 두는 방안도 검토 과제로 꼽혔다.

장기적으로는 독일, 일본처럼 이혼 시점에 즉시 연금 가입 이력과 소득 기록 자체를 균등하게 나누는 가입 이력 분할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연구진은 제안했다. 이를 통해 전 배우자의 자격 변동에 종속되지 않고, 이혼 후 발생하는 장애나 사망 등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독립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