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사이버도박이 학교 안까지 깊숙이 번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이 한 달간 자진신고를 받은 결과 한 고등학교에서만 48명이 도박 사실을 털어놨고, 전국 신고 건수는 294건에 달했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청이 청소년 사이버 도박 자진신고를 받은 결과 전국에서 모두 294건이 접수됐다. 본인 신고가 244건, 보호자 신고가 50건이었다.
신고가 가장 많이 나온 곳은 강원 지역 A고교였다. 이 학교에서는 학생 48명이 도박 사실을 자진신고했다. 인근 B고교에서도 20명이 신고해 강원 지역에서만 78명이 접수됐다.
강원경찰청은 자진신고를 늘리기 위해 학교전담경찰관(SPO)의 인스타그램 ID가 적힌 명함을 배포했다. 청소년에게 익숙한 다이렉트 메시지(DM)를 활용해 신고 접근성을 높인 것이다.
개별 사례를 보면 도박 문제가 가정 폭력과 2차 범죄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인천에서는 15세 남학생이 도박 빚 400만원을 갚아주지 않는다며 모친을 폭행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뒤 자진신고했다. 이 학생의 도박 금액은 3000만원이었다. 경찰은 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 상담과 정신과 병원의 중독치유 선도프로그램 등을 연계해 사후관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북에서는 17세 학교밖 청소년 C군이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상습 가출과 차량 털이를 한 사례가 확인됐다. C군이 1년 2개월 동안 도박 사이트에 입금한 금액은 1600만원이었다. 경찰은 중독 정도가 심각하다고 보고 중독치유 선도프로그램과 청소년 쉼터를 연계했다.
자진신고 청소년들의 도박 기간은 평균 12개월이었다. 도박 사이트에 입금한 금액은 평균 300만원으로 집계됐다. 개별 최고액은 6000만원에 달했다.
신고자 대부분은 남학생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274명으로 전체의 93%를 차지했다. 학교급별로는 고등학생이 176명으로 60%, 중학생이 118명으로 40%였다. 사이버도박 문제가 고등학교뿐 아니라 중학교에도 확산한 셈이다.
정부는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 제도를 오는 8월 말까지 운영한다. 대상은 사이버도박 경험이 있는 만 19세 미만 청소년이나 보호자다. 신고는 117 학교폭력 신고·상담센터를 통해 접수한다.
자진신고가 들어오면 학교전담경찰관과 도박 치유 전문상담사가 상담과 선별검사를 진행한다. 검사 결과에 따라 중독치유 전문기관으로 연계한다.
경찰은 자진신고 청소년에 대한 처분을 정할 때 도박 사이트 입금액, 반성 태도, 치유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살필 방침이다. 경찰서별 선도심사위원회의 합동 심의·의결을 거쳐 훈방이나 즉결심판 청구 등 선처도 검토한다.
학교전담경찰관과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전문상담사는 신고 이후에도 대상 청소년을 지속적으로 상담하며 사후관리를 지원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