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더 세게 때릴 것"…첫날부터 꼬인 종전 협상

입력 2026-06-22 06:22

미국과 이란이 중동 전쟁 종식을 위한 후속 협상에 들어갔지만 첫날부터 거친 신경전을 벌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추가 공격 가능성을 경고하자 이란 대표단이 회담장을 떠났다는 보도가 나왔고, 레바논 전선과 핵 프로그램 문제도 협상 초반부터 쟁점으로 떠올랐다.

미국과 이란 협상팀은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루체른 인근 뷔르겐슈토크 리조트에서 만났다. 최근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를 실제로 어떻게 이행할지 논의하는 자리다. 미국 측은 JD 밴스 부통령이, 이란 측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협상 대표로 나섰다.

협상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듯했다. 밴스 부통령은 회담을 "역사적인 만남"이라고 평가하며 "중동의 관계를 영구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 아니면 과거 방식으로 되돌아갈지를 결정하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몇 시간 동안 이미 큰 진전이 있었고 앞으로 몇시간 안에 추가 진전을 기대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협상장을 흔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은 즉시 레바논 내 대리세력(proxy)들의 도발을 중단시켜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지난주보다 훨씬 더 강하게 이란을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메시지였다.

이란 측은 즉각 반발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이란 대표단이 중재국인 카타르 대표단과 회동한 뒤 협상이 진행되던 건물을 떠났다"고 전했다. 다만 협상이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은 이 사안에 정통한 외교관을 인용해 "이란 대표단은 여전히 협상에 관여하고 있으며 중재국들에 회담장을 떠날 의사를 전달한 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이란 측 소식통을 인용해 "협상은 일시 중단됐지만 종료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란도 물러서지 않았다. 갈리바프 의장은 미국을 향해 "미국은 신중히 발언하는 것이 좋을 것이며 우리 군은 다른 방식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레바논 전쟁이 끝나지 않는 한 최종 합의를 위한 협상 단계로 진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번 MOU에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교전 중단 내용도 포함됐지만, 이후에도 레바논에서 충돌이 이어지면서 협상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을 문제 삼으며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카드를 꺼냈다. MOU가 호르무즈 해협 통행 재개에 중점을 두고 체결된 만큼, 레바논 문제는 곧바로 해협 문제와도 연결되고 있다.


이스라엘도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의 핵보유 저지와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적 압박 유지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필요한 만큼 레바논 남부 안보지대에 주둔할 것"이라며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핵 문제도 후속 협상의 핵심 난제로 남아 있다. 미국은 MOU에 이란 핵보유 저지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담지 못하고 관련 논의를 후속 협상으로 넘겼다. 고농축 우라늄 처리, 농축 중단 기간, 핵시설 해체, 국제사회 검증 등은 모두 양측이 쉽게 합의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핵무기 개발 의도가 없다"면서도 "우라늄 농축 권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발언을 두고 "입을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 조건도 갈등의 불씨다. 이란은 후속 협상 기간인 60일 동안만 해협을 무료로 열고, 이후에는 서비스 제공을 명분으로 사실상 통행료를 받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무료 개방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해 해협을 지나는 석유 20%를 가져가겠다는 주장도 반복하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 연방 상원의원은 CBS방송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협상이 실패할 것으로 본다며,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하고 운영을 위한 통행료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첫 회담에서 핵 프로그램보다 MOU 이행과 레바논 상황이 주로 다뤄졌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종전을 위한 후속 협상에 속도를 내려 하지만, 레바논 전선과 호르무즈 해협, 핵 프로그램이 한꺼번에 얽히면서 협상은 출발부터 난기류에 들어섰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