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 선수 시절 몸에 밴 악바리 정신은 와인을 만들 때도 좋은 원동력이 되죠. 유행을 좇기보다, 지켜 온 전통을 고수하며 와인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나갈 겁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의 전설적인 와이너리 '로버트 몬다비'의 커티스 오가사와라 수석 와인메이커(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최근 와이너리를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고, 프리미엄 라인업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로버트 몬다비는 국내에서도 미국 프리미엄 와인의 대명사이자 대중적으로 가장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 중 하나로,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창립자인 고(故) 로버트 몬다비는 '나파밸리의 아버지'로 불렸을 정도로 명망이 높다.
오가사와라는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레슬링 선수로 활약했던 독특한 이력을 지닌 일본계 미국인으로, 16년째 로버트 몬다비에 몸담고 있다. 그는 "창립자가 남긴 유산이 로버트 몬다비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와이너리 중 하나로 만들었다"며 "지난 60주년이 그랬듯, 어제 보다 오늘 더 나은 와인을 만드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에서 '로버트 몬다비'는 대중적으로 정말 인기 있고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다. 전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사랑받는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창립자인 로버트 몬다비가 살아생전 보여준 전설적인 '스피릿'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분은 단순히 자신의 와이너리만 홍보한 게 아니라, 나파 밸리 지역 전체를 전 세계에 알리려고 노력하신 분이다. 나파 밸리 전체가 성공해야 본인도, 이웃 와이너리도 함께 성공할 수 있다고 믿으셨다. 상생과 팀워크의 정신, 지역 사회를 함께 일으키고자 했던 넓은 리더십이 로버트 몬다비라는 이름을 세계적인 인물로 만들었다. 그 유산과 정신이 오늘날까지 와인에 그대로 이어져 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력이 굉장히 독특하다.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고, 레슬링 선수로도 활동했다고 들었다. 이 과거 배경들이 더 좋은 와인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나?
“엔지니어링 전공보다는 스포츠를 했던 배경이 와인을 만드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된다. 운동선수들은 언제나 '어제보다 더 발전하고, 더 강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런 악바리 정신과 지속적인 개선 노력이 와인을 제조하는 산업과도 아주 완벽하게 맞물린다고 생각한다. 레슬링은 은퇴했지만 지금도 매일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웃음)”
▶요즘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에서는 어떤 부분에 가장 집중하고 있나.
“요즘 우리는 프리미엄 와인 라인업에 더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새롭게 선보이는 흥미로운 와인들이 정말 많은데, 특히 이 와인들의 상당수는 와이너리에서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Direct-to-Consumer)되는 특별한 라인이다. 미국 나파 밸리 현지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에디션들이다. 우리는 매년 새로운 빈티지, 새로운 품종, 혹은 새로운 블렌딩을 시도하며 늘 병에 새롭게 담아낼 무언가를 고민하고 실험한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와인을 예전만큼 많이 마시지 않거나, 마시더라도 더 가벼운 스타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시장 변화에 맞춰 와인 스타일을 바꿀 계획이 있나?
“전혀 없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와인'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트렌드를 좇아 스타일을 바꾸기보다는, 최근 진행된 와이너리 리노베이션을 통해 더 많은 새로운 소비자들이 이곳을 찾도록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방문객들이 와이너리에 와서 이 공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곳에서 마시는 와인이 얼마나 멋진 경험을 선사하는지 직접 보고 느끼게 하고 싶다. 더 많은 이들이 찾아와 우리 와인을 맛본다면, 로버트 몬다비 와인이 지닌 진정한 가치와 본질을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캘리포니아 와인 전반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최근 이 지역 와인 시장의 트렌드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나?
“전반적으로 보면 와인의 알코올 도수가 약간 낮아지고, 더 신선하며, 과실 향이 풍부해지는 추세다. 예전처럼 너무 무겁고 묵직하거나 오크 향이 지나치게 강한 스타일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이것이 요즘 캘리포니아의 대세 트렌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우리는 이러한 유행에 따라 스타일을 크게 바꾸지 않았다. 수년 동안 일관된 스타일과 품질을 유지해 왔다. 트렌드를 맹목적으로 쫓기보다는 와인을 만드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며 본질에 충실하려 한다.”
▶2008년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가 대기업(콘스텔레이션 브랜즈)에 매각됐다. 주인이 바뀐 이후 와이너리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매각된 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고, 그 이후에 합류했기 때문에 그 전과의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동안 느낀 점은, 모회사가 우리가 최고의 와인을 만들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번에 와이너리 전체를 리노베이션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엄청난 비용과 노력이 드는 일임에도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었다. 덕분에 우리는 오직 퀄리티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매각 이후 지금까지 긍정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재오픈한 와이너리 리노베이션에 대해 더 소개해달라.
“지난 몇 년간 대대적인 공사를 거쳐 드디어 대중에게 다시 문을 열었다. 이번 리노베이션의 핵심 콘셉트는 '사람들을 포도밭과 자연에 더 가까이 연결하는 것'이다. 와이너리 건물의 벽을 바닥부터 천장까지 통유리로 설계했다. 그래서 방문객들은 포도밭 한가운데 앉아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포도가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고 동시에 그 포도로 만든 와인을 음미할 수 있다.
또한, 신선한 채소를 직접 재배하는 퀴지너리 가든(Culinary Garden)도 조성하여 와인과 완벽한 마리아주를 이루는 파인 다이닝 경험도 제공한다. 사람들이 이 땅과 더 깊이 교감하고, 왜 우리 와인이 특별할 수밖에 없는지 온몸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과거 1976년 '파리의 심판' 이후 미국 와인이 세계적으로 엄청난 명성을 얻었다. 벌써 50주년을 맞았는데, 미국 와인이 이후 독창적인 스타일을 확립했다고 보나.
“'파리의 심판'은 와인 산업의 판도를 바꾼 위대한 역사이자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이제 캘리포니아 와인은 확실한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가 어떤 환경에서 와인을 잘 만들 수 있는지, 어떤 와인을 만들고 싶은지 명확히 알고 있다. 이제는 프랑스를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기후 변화 문제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거대한 문제이긴 하지만, 오히려 이 변화 덕분에 우리가 기존에 해오던 관행들을 멈추고 더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기후 변화는 우리가 자연의 변화에 언제든 대응할 수 있도록 더 '스마트한 농법'을 고민하게 만든다.
포도밭에서 물을 얼마나 영리하게 사용할지, 관개 시스템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가동할지, 폭염이나 갑작스러운 한파에 포도나무가 버틸 수 있도록 어떻게 전지하고 관리할지 등 다방면으로 연구하고 있다. 날씨가 우리에게 어떤 까다로운 조건을 던져주더라도 최고의 포도를 보호하고 수확할 수 있도록, 우리의 생각과 기술을 끊임없이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고 있다.”
▶와인메이커로서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와인을 만드는 일은 끝이 없는 '여정' 그 자체이기 때문에 최종 목적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제 목표는 '언제나 어제보다 더 발전하고, 더 나은 와인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로버트 몬다비의 철학이기도 하다. 와인메이킹에는 완성이 없다. 늘 수정할 부분이 보이고, 더 개선할 점이 나타난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것, 그것이 철학이자 목표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