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노동조합처럼 집단 교섭권을 보장하는 입법을 추진하자 산업 생태계 전반에 ‘단체교섭 쓰나미’가 몰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약자 보호를 내세웠지만 공정거래법상 엄격히 금지해 온 ‘사업자 간 담합’을 묵인함으로써 시장경제의 대원칙인 ‘경쟁과 계약의 자유’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2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오세희 민주당 의원(당 소상공인위원장)은 지난 19일 소상공인 단체에 거래 조건 변경이 가능한 단체협상권을 부여하는 ‘소상공인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상 소상공인 단체는 의견 제시만 가능하지만, 개정안은 집단 협상 권한을 부여하고 합의 결과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담합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올 4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간담회에서 “소상공인에게 집단 교섭과 최소한의 단결권을 허용해야 한다”고 언급한 이후 여당 주도의 입법 속도전이 전개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 상임위원회 강행 처리 가능성이 높은데, 통과 시 대형마트 및 프랜차이즈 본사를 상대로 한 소상공인의 협상력이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2월과 9월엔 김원이·김동아 민주당 의원이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대기업과의 집단 교섭권을 폭넓게 부여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소상공인을 넘어 중소기업 전체가 대기업을 상대로 노조처럼 집단 교섭에 나설 수 있는 법적 길을 열겠다는 구상이다.
오 의원안과 김원이·김동아 의원안 모두 단체협상을 요구받은 대기업 등에 ‘성실교섭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상 노동자 보호를 위한 장치를 독립된 사업자 간 사적 계약 관계에 그대로 이식한 것이다. 이들 법안에는 공정거래법의 대원칙을 무력화하는 ‘특례 조항’이 있어 시장 왜곡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생계형 담합’에 한해 대기업 등 우월적 지위의 상대방에게 납품 단가, 거래 조건을 공동 요구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는 개정안을 정부안으로 준비 중이다. 다만 가격 및 물량을 직접 맞추는 공동행위는 금지하는 방향이다. 하지만 여당이 소상공인법으로 단체협상권을 먼저 들고나오면서 공정위가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소상공인도 독립된 사업자로 보기에 이들의 집단 요구는 담합 소지가 크다. 이를 소상공인법에서 허용하면 공정거래법과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단체협상 허용은 결국 공정거래법상 담합 규제를 어디까지 예외로 둘 것이냐와 맞닿아 있다”며 “법 체계상으로는 공정거래법 안에서 예외 범위와 요건을 정하는 방식이 더 안정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계는 이들 법안이 가져올 ‘교섭의 도미노 연쇄 효과’를 우려한다. 이미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산업현장 곳곳이 몸살을 앓는 상황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까지 조직화해 교섭에 나서면 연중 내내 제조·유통망 전체가 상시적인 단체 교섭과 분쟁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영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근본 존재 이유는 카르텔과 담합을 잡고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라며 “‘약자 보호’라는 프레임에 밀려 사업자의 담합을 합법화해 준다면 공정위의 존재 이유가 무력화되고 산업현장은 상시적인 ‘대결의 장’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형창/하지은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