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호황으로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반도체산업의 고용 확대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시가총액 7000억원 이상인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25곳의 올해 1분기 고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직원은 2만2762명으로 지난해 4분기(2만2327명)보다 1.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공지능(AI)발 반도체 호황으로 국내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10.5%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반도체산업의 고용 낙수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고용의 질도 좋지 못했다. 정규직은 2만1172명으로 전 분기 대비 1.5%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비정규직(1590명)은 7.9% 늘었다. 비정규직 증가율이 정규직의 다섯 배를 웃돌았다. 자본 집약적인 반도체산업 특성상 호황이 곧바로 대규모 고용 창출로 연결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반도체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1.86으로 제조업 평균(4.85)과 자동차산업(5.41)에 비해 크게 낮다.
반도체 수출 호황의 온기는 가계 전반으로도 확산하지 못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1분기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0.4%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2분기 이후 3개 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1분기 흑자액(처분가능소득-소비지출)은 -43만8000원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9년 이후 가장 큰 적자 규모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올해 1분기 흑자액은 344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한국은행은 반도체산업의 성과가 시차를 두고 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실적 개선으로 늘어난 법인세 수입 등이 재정 지출을 통해 가계로 환류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반도체업계의 성과급 확대 등이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가운데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소득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태수 KAIST 초빙교수는 “반도체 호황의 과실이 반도체 대기업 직원 등 일부 계층에만 집중되며 자산 격차가 확대되는 국면”이라며 “수출 호조세가 내수와 민간소비를 뒷받침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