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권에서도 월세 300만원이 넘는 고가 임대차 계약이 잇따른다는 소식이다. 과거 강남 일부 지역에 국한됐던 ‘고가 월세’가 서울 전역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고가 월세 계약 건수도 늘고 있다. 올해 1~5월 서울에서 체결된 월세 300만원 이상 거래는 3688건으로 전년 동기(3078건) 대비 19.8% 급증했다. 서울·경기 주요 지역 아파트 매매가와 전셋값이 급등하는 가운데 월세까지 치솟으면서 수도권 주거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전례 없는 고가 월세 확산은 전세 물량 급감 탓에 빚어졌다. 지난주 기준 서울의 전세 매물은 1년 전보다 22.4% 감소(부동산 플랫폼 아실)했다. 체감 전세난은 더 심각하다. 3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도 전세 매물을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전세는 씨가 말랐다. 결국 월세로 임대차 수요가 떠밀리면서 가격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고 있다.
올 들어 심화한 전세 품귀, 월세 급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정부는 지난해 6·27대책을 통해 다주택자 대출 금지, 갭투자 차단, 전입 의무 강화 등 강도 높은 다주택자 규제와 실거주 유도 정책을 내놨다. 10·15대책에선 규제 대상 지역을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12개 지역으로 확대했다. 이처럼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몰면서 주택 공급 기능이 위축됐고, 안정적이고 저렴한 주거 방식으로서의 전세는 급격히 줄었다. 보유세 확대 움직임에 집주인은 세금 부담을 전가할 수 있는 월세 세입자를 선호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수도권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했고 부작용만 야기했다. 정부는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잘못된 부분을 시정해야 한다. 문제가 많은 정책을 고집해선 곤란하다. 부동산시장도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거래 자유도를 높여야 시장 안정을 꾀할 수 있다. 단기적 변동성을 감내하고라도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대출·세금 규제 완화로 거래를 활성화해야 시장이 가격 기능을 되찾을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용적률 규제 완화 등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장을 이기겠다’는 자세로는 결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