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권하는 운동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중강도의 유산소 운동을 주당 150~300분 하거나 고강도 유산소 운동을 주당 75~150분 하는 것, 다른 하나는 주 2회 근력 강화 운동을 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근력 운동량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공백을 메워줄 수 있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연구진은 주로 미국의 중노년층 14만7000명을 대상으로 최대 30년간 장기 추적 조사한 결과, 일주일에 90~120분 정도 근력 운동을 하면 사망 위험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스포츠 의학 저널'(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보다 더 오래 운동한다고 해서 사망 위험과 관련한 효과가 더 늘어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흔히 운동은 많이 할수록 좋다고 생각하지만, 건강을 유지하는 효과에서는 일종의 한계점이 있다.
연구진은 분석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운동 습관을 2년마다 반복 조사한 뒤 10년 기간의 평균값을 계산했다.
조사 결과, 일주일에 90~119분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 팔굽혀펴기, 스쾃 등의 근력 운동을 한 사람은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전체 사망 위험이 약 13% 감소했다. 유산소 운동이나 식습관 등 다른 요인을 제외해도 같았다.
예방 효과는 질환별로 다소 차이가 났다. '일주일 2시간'의 지침을 지킨 이들은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19% 줄었고, 치매를 포함한 신경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무려 27%나 낮아졌다.
그러나 운동 시간이 주 2시간(120분)을 넘어가면서부터는 사망 위험 감소 곡선이 평탄해졌다. 3시간, 4시간씩 운동해도 건강 위험 측면에선 더 이상 이점이 나타나지 않았다.
가장 특이한 현상은 암에서 나타났다.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일주일에 1시간 미만으로 가볍게 근력 운동을 할 때만 예방 효과가 나타났고, 운동량이 그 이상으로 늘어나면 오히려 효과가 사라졌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연구진은 암의 경우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1'(IGF-1) 호르몬을 원인으로 추정했다. 근육 성장을 돕는 이 호르몬은 운동을 많이 할수록 분비량이 늘어난다. 그런데 혈중 농도가 너무 높아지면 대장암, 전립선암, 유방암 등의 발병 위험이 커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너무 심한 근력 운동은 암 예방 측면에서는 운동에서 얻는 건강 이점을 상쇄할 수 있다.
심혈관 질환의 경우엔 동맥 경직도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동맥 경직이란 혈관 벽이 탄력을 잃고 뻣뻣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장시간 근력 운동이 일시적으로 동맥 경직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그러나 사망 위험을 낮추는 데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여전히 달리기, 자전거 타기 같은 유산소 운동이라고 밝혔다. 유산소 운동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망 위험을 25%에서 최대 절반 가까이 낮췄다.
근력 운동은 유산소 운동량(중강도 기준)이 세계보건기구 권장치의 3배인 주당 900분(15시간)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사망 위험을 추가로 낮췄다. 그러나 이 수준을 넘어서 유산소 운동을 하는 사람은 근력 운동을 추가해도 더 이상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헬스장에 매일 출퇴근하다시피 하지 않더라도, 유산소 운동과 함께 하루 평균 20분씩 근력 운동에 투자하면 건강을 지키는 데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