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디자인은 삶에 대한 태도 그 자체다. 태어날 때부터 한스 웨그너(Hans Wegner), 핀율(Finn Juhl),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 베르너 팬톤(Verner Panton) 등 수십 년 동안 전 세계가 사랑하는 가구와 조명을 일상에서 접하고 자란 사람들의 여유는 이렇게 드러난다. 올해의 3days of design(3데이즈 오브 디자인)에서도 덴마크를 대표하는 브랜드들은 그들의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현재에 대해 이야기했으며 여기에 떠오르는 덴마크 브랜드의 젊은 혈기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정의를 한층 확장했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에 위트를 더하다 '헤이(Hay)'
아마 이 의자를 어디선가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지 않을까. 2002년 설립된 헤이는 몇 년 전부터 국내 카페 실내·외는 물론 사무실이나 주거 공간을 차지한 실내용 의자 시리즈 'About a Chair(어바웃 어 체어)'나 야외용 철제 가구 라인 'Palissade Collection(팔리사드 컬렉션)'을 전개한 브랜드다. 유명 덴마크 가구·조명 브랜드의 가격이나 접근성이 조금은 부담스러울 수 있었다면, 헤이는 그런 소비자에게 또 다른 선택지를 열어줬다.
헤이의 시작이 ‘좋은 디자인을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에 있는 만큼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을 기본으로 다양한 색감과 리드미컬한 포인트를 적절히 더하는 이들의 언어는 패셔너블한 동시에 기능적이고 합리적이다. 헤이는 이를 바탕으로 특히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얻으며 인지도를 쌓았고 히수 웨링, 부홀렉 형제, 스테판 디에즈 등 유명 디자이너들과의 협업도 적극적으로 전개했다. 2011년부터는 가구에서 문구, 키친과 욕실 용품 등을 포함한 ‘헤이 마켓’으로 영역을 확장헸다.
라운드 형태의 감각적인 컬러 플레이 '무토(Muuto)'
올해 20주년을 맞은 무토는 ‘스칸디자비아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 브랜드의 모토다. 스칸디아비아 디자인의 DNA는 가져오되 이를 다양하게 해석하고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며,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톤 다운된 파스텔 컬러와 라운드 형태의 마감을 보여준다. 특히 둥근 마감은 무토의 특징적인 디자인 중 하나다. 무토는 런칭 10년 만에 전 세계 100여 개 이상의 매장을 갖출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고, 현재 덴마크를 대표하는 젊은 가구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3daysofdesign에서 펼쳐진 전시에서는 20주년을 기념한 넘버드 에디션(Numbered Edition), 무토의 20년 아카이브와 철학을 담은 'Next Chapters on Scandinavian Design: Muuto on Creating Intentional Spaces(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다음 장: 의도적인 공간 만들기에 대한 무토의 관점)' 북 에디션, 그리고 신제품 등을 공개했다.
넘버드 에디션은 알루미늄 소개와 하트 형태의 유닛으로 만든 의자 ‘Close to Heart(클로즈 투 하트)’와 무라노 유리 제작 방식으로 만든 오브제 ‘Inner View(이너 뷰)’ 두 가지로 그동안 보여준 무토의 스타일에서 조금은 벗어난 실험적인 방식으로 제작됐다. 무토는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제작된 이 두 제품을 통해 무토의 과감한 실험 방식과 다양한 확장성을 드러냈다.
100년을 맞은 시스템 PH '루이스 폴센(Louis Poulsen)'
몇 년 전부터 국내에서 PH 조명의 인기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감각 있는 공간을 이야기할 때 PH 조명 하나 쯤은 꼭 자리했다는 얘기는 결코 과장이 아니었으니까. 덴마크를 대표하는 조명 브랜드 루이스 폴센은 그 자체로도 뛰어난 건축적 미감과 눈부심 없는 기능적인 디자인으로 대표되는 PH시리즈를 통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특히 올해는 시스템 PH가 처음 세상에 나온 지 100년이 되는 해로, 시스템 PH는 1000여개 이상의 PH 시리즈 모델의 시작이자 원리를 의미한다.
루이스 폴센은 이번 3days of design을 통해 시스템 PH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전시 'PHOREVER'을 선보였다. 이 자리에서는 PH 센테너리 컬렉션(Centenary Collection) 신제품, 작곡가이기도 했던 루이스 폴센이 피아노 연주를 위해 만든 PH 1/1 피아노 램프의 복원 제품 등이 대거 공개됐다. 더불어 PH5, PH2/1 테이블 램프, PH3/2 등 기존의 PH 대표 제품은 새로운 소재와 사이즈를 추가하며 한층 젊은 감각으로 출시됐다. 특히 센테너리 컬렉션은 이번에 1927년 처음 출시된 시리즈를 복원하며 과거의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클래식을 현대적 언어로 표현하는 브랜드 '앤트레디션(&Tradition)'
앤트레디션은 2000년대 이후 설립한 덴마크 가구·조명 브랜드 중에서도 가장 클래식한 디자인을 전개하는 브랜드다. 특히 이들은 아르네 야콥센, 베르너 팬톤, 한스 웨그너 등 유명 덴마크 디자이너들의 디자인을 복각하며, 새로운 디자이너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브랜드 이름에서부터 그 정체성을 자연스레 보여주는 셈이다.
3days of design 전시에서는 흔적(Trace)이라는 이름으로 앤트레디션의 철학을 보여주는 동시에 일본 디자이너 야나기하라 테루히로의 데뷔 컬렉션인 눔브라(Numbra) 출시 기념 전시도 선보였다. 더불어 베르터 팬톤 100주년을 기념한 신규 라인업과 함께 스페이스 코펜하겐, 루카 니케토 노트 디자인 스튜디오, 앤더슨&볼 등 현재 가장 주목받는 디자이너와 협업한 새로운 제품을 소개했다. 특히 배르너 팬톤의 플라워팟은 그동안 공개된 적 없는 조형물 형태의 전시로도 기획했고, 전시의 연장선으로 릴레 페트라 카페와 페트라 호텔에서 감각적인 메뉴와 공간을 통해 앤트레디션의 무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가장 클래식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칼 한센&선(Carl Hansen & Søn)'
1908년 설립된 칼 한센&선(Carl Hansen & Søn)은 수공예 방식을 통해 북유럽 디자인의 모던한 특징을 가장 정통적으로 구현하는 브랜드다. 100단계 이상의 공정이 들어가는 칼 한센&선의 의자에는 위시본 체어와 Y체어, 엘보 체어 등 많은 대표작이 있다. 동양적인 미감과 장인 정신, 내구성 등 기능과 디자인 모두를 충족시키는 브랜드로 특히 의자의 좌석 부분은 종이끈으로 단단하게 엮어 만드는데, 이는 덴마크 디자인 체어를 대표하는 제작 방식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칼 한센&선은 ‘Balanced Principle’를 통해 소재와 형태, 기능이 어떻게 하나의 균형을 이루는지 보여줬다. 특히 디자이너 한스 J. 웨그너의 디자인 유산을 반영한 칼 한센&선의 브랜드 철학을 전면으로 드러내며, 신제품 ‘Scimitar Chair(시미터 체어)’와 ‘Begonya Pendant(베고냐 펜던트)’를 통해 그 유산을 이었다. 또한 조명 ‘Porcelight(포슬라이트)’와 한스 웨그너의 감각을 보여주는 대표작 중 하나인 CH280 가죽 시트 버전 등을 새롭게 공개하며 브랜드의 유산을 동시대적으로 해석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