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10% 성장했다는데"…체감 못 하는 이유 있었다

입력 2026-06-22 16:54
수정 2026-06-22 16:58

반도체 수출 호황으로 1분기 명목 성장률이 10% 넘게 급증했지만 반도체 산업의 고용 확대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총액 7000억원 이상인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 25곳의 올해 1분기 고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직원 수는 2만2762명으로 지난해 4분기(2만2327명)보다 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AI발 반도체 호황으로 국내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10.5%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반도체 산업의 고용 낙수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고용의 질도 좋지 못했다. 정규직 직원 수는 2만1172명으로 전 분기 대비 1.5%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비정규직(1590명)은 7.9% 늘었다. 비정규직 증가율이 정규직의 5배를 웃돌았다.

자본 집약적인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호황이 곧바로 대규모 고용 창출로 연결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반도체 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1.86으로 제조업 평균(4.85)이나 자동차 산업(5.41)에 비해 크게 낮다.

반도체 수출 호황의 온기는 가계 전반으로도 확산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1분기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0.4%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2분기 이후 3개 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저소득층의 상황은 더 악화됐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1분기 흑자액(처분가능소득-소비지출)은 -43만8000원을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9년 이후 가장 큰 적자 규모다.

다만 한국은행은 반도체 산업의 성과가 시차를 두고 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실적 개선으로 늘어난 법인세 수입 등이 재정 지출을 통해 가계로 환류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반도체 업계의 성과급 확대 등이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가운데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소득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