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반찬' 계란을 집는 소비자들이 망설이고 있다. 계란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다. 유통업계는 저렴한 계란 공급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형마트와 이커머스가 수입란과 자체 확보 물량을 앞세우고 있지만, 판매와 동시에 물량이 동나는 등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가 지난 20일 전국 점포에서 판매를 시작한 미국산 계란은 판매 개시 당일 모두 소진됐다. 이마트는 미국산 계란 약 2만판을 1판당 5880원에 판매하고 1인 1판 구매 제한을 뒀지만, 당일 오후 6시께 전량 매진됐다. 일부 점포에서는 영업 시작 3시간 만인 오후 1시께 준비한 물량이 모두 팔리기도 했다.
롯데마트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롯데마트는 지난 20일부터 전국 40개 점포에서 미국산 계란 7000판을 1판당 5790원에 판매했으며, 주말 동안 전체 물량의 97%가 소진됐다. 롯데마트는 1인 2판 구매 제한을 두고 판매를 진행했다.
앞서 지난 5월 롯데슈퍼가 판매한 미국산 계란과 홈플러스가 내놓은 태국산 계란도 매진된 바 있다. 정부가 수입 신선란을 대형 유통업체에 우선 공급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풀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구매 수요가 몰리면서 수입란은 사실상 '오픈런' 상품이 됐다.
저가 계란 수요가 급증한 배경에는 가파른 가격 상승이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특란 10구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5222원으로 1년 전보다 38.6% 올랐다. 특란 10구 월평균 소비자 가격이 5000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란 30구 평균 소비자 가격도 이달 7465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008원)보다 6.5% 상승했다. 지난 2월만 해도 5000원대에 머물던 계란값이 3월부터 계속 오름세를 보이는 것이다. 이는 지난겨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으로 산란계 수급이 불안해진 데다 고환율에 따른 생산비 부담까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름철 폭염으로 산란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추가 변수다.
정부도 계란값 안정을 위해 수입 물량 확대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다음 달까지 미국산과 태국산 신선란 2112만개를 순차적으로 시장에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통해 공급한 수입 신선란은 미국산 674만개, 태국산 337만개 등 총 1011만개다.
이커머스도 계란 가격 방어전에 뛰어들었다. 쿠팡은 로켓프레시를 통해 30구 국산 계란을 7000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쿠팡이 한 판당 7990원에 공급 중인 '무항생제 신선대란'을 비롯해 '가농 금계란', '조인 무항생제 백색대란' 등 계란 상품 15종 이상이 지난 주말부터 입고 즉시 당일 매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며칠간 쿠팡에서 완판된 계란만 10만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유통업계가 계란 확보에 공을 들이는 것은 계란이 대표적인 체감 물가 품목이기 때문이다. 계란은 가정에서 소비 빈도가 높고 가격 변동에 민감한 식자재인 만큼, 저렴한 계란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가 소비자 유입과 직결된다. 대형마트는 정부 배정 물량을 활용한 수입란 판매를 확대하고, 이커머스는 자체 조달 물량을 바탕으로 국산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는 방식이다.
다만 수급 불안이 이어지는 만큼 당분간 계란 판매 현장의 품귀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더 많은 고객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인당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정부 수입 물량 배정과 자체 확보 물량 상황에 맞춰 판매를 이어갈 계획"이라면서도 "국내 산란계 생산 기반이 회복되어야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