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고음악 지휘자 존 엘리엇 가디너(82)가 독일 라이프치히 바흐페스티벌 공연 직후 행사팀 직원을 상대로 부적절한 신체 접촉 행위를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축제 주최 측인 라이프치히 바흐 아카이브는 해당 행위를 규탄하고 후속 조치를 예고했다. 반면 가디너 측은 “성폭력이나 폭행은 없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독일 공영방송 MDR은 21일 “라이프치히 바흐페스트에서 경계를 넘은 신체 접촉 행위 의혹이 제기됐다”며 “당사자가 형사 고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사건은 지난 16일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에서 열린 바흐페스트 공연 직후 발생했다. MDR에 따르면 공연이 끝난 뒤 관객의 박수가 이어지는 가운데, 축제 행사팀 소속 직원이 출연자들에게 기념 두루마리를 전달하기 위해 무대 위 지휘자에게 다가갔다. 해당 직원은 가디너의 어깨를 가볍게 건드렸고, 가디너가 몸을 돌려 두루마리를 받은 뒤 이를 직원의 옷 쪽에 끼워 넣으려 했다는 것이 보도 내용이다.
당사자는 MDR에 이 일을 “침해 행위”라고 표현하며, 가디너가 “감사 증서를 내 티셔츠의 가슴 쪽 파인 부분 안으로 넣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바흐 아카이브도 21일 공식 성명을 내고 “6월 16일 바흐페스트 공연이 끝난 뒤 한 지휘자가 행사팀 구성원에게 부적절하게 행동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건이 알려진 뒤 당사자와 면담을 진행했고 심리적 지원도 제안했다”며 “해당 지휘자는 당사자에게 사과했고 자신의 부적절한 행동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바흐 아카이브의 피터 볼니 관장과 미하엘 마울 예술감독은 긴급 팀 회의를 열어 해당 행동을 규탄했다. 바흐 아카이브는 축제가 끝난 뒤 사건을 신중히 검토하고 안전한 근무 환경을 위한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바흐 아카이브는 향후 가디너를 바흐페스트에 다시 초청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가디너 측은 즉각 반박했다. 클래식 음악 전문 매체 Slipped Disc가 전한 가디너 측 입장문에 따르면 그는 “성폭력 또는 어떠한 종류의 폭행이 있었다는 주장에 충격을 받았고 당혹스럽다”며 “그런 일은 결코 없었다”고 밝혔다.
가디너는 당시 자신에게 증정 행사가 예정돼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전달받지 못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두루마리를 돌려주려 했지만, 상대의 손이 가득 차 있어 목걸이 줄 뒤쪽에 걸쳐 놓았을 뿐”이라며 “불행한 오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도치 않게 고통을 줬다면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직접 사과했다”고 덧붙였다.
가디너는 바흐와 고음악 해석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힌다. 몬테베르디 합창단과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츠 등을 이끌며 역사주의 연주 운동을 대표해왔다. 그러나 2023년에도 프랑스에서 열린 공연 뒤 젊은 성악가를 폭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이후 자신이 창단한 몬테베르디 합창단·오케스트라에서 물러난 바 있다. 올해 3월에는 자신이 2024년 창단한 컨스틸레이션 합창단과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바흐 'b단조 미사'를 공연해 국내 관객과도 만났다.
이번 사건은 바흐의 도시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대표 음악축제에서 벌어진 데다, 가디너가 바흐 해석의 상징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유럽 클래식계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