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의 갈등은 왜 점점 격렬해지는가.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들은 왜 상대를 틀린 것을 넘어 ‘악’으로 규정하는가. <선악의 발명>은 오늘날의 분열과 대립을 인간 도덕성의 진화라는 긴 역사 속에서 해석하는 교양서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에서 윤리학을 연구하는 하노 자우어는 진화생물학, 문화인류학, 사회심리학, 인지과학 등 다양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500만 년에 걸친 도덕의 역사를 추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도덕은 초월적 진리가 아니라 인간이 더 큰 규모의 협력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낸 사회적 장치다. 처벌과 규범, 위계질서, 평등과 개인주의의 발전 역시 모두 협력의 범위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특히 책은 오늘날의 정치적 양극화와 문화 전쟁을 도덕의 붕괴가 아니라 도덕의 작동 방식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설명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속한 집단의 가치와 규범을 지키려 하며, 불평등과 불안이 커질수록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는 경향도 강해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비관에 머물지 않는다. 자유와 안전, 배려와 관용 같은 보편적 가치가 여전히 인류에게 공통의 토대가 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