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전 11시께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1층 까르띠에 매장에는 20팀 넘는 고객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웨이팅 기기에 표시된 대기 예상 시간만 약 2시간에 달했다. 맞은편 불가리 매장에도 10팀가량이 대기 중이었다. 매장 주변에는 중국인 관광객을 비롯해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고객들이 쇼핑을 마치고 나오거나 입장을 기다리는 모습이 이어졌다.
한 명품 매장 직원은 "방문객이 몰리는 날에는 오후 3시 이전에 입장 접수를 마감하기도 한다"며 "최근에는 외국인 손님도 부쩍 늘어 대기 시간이 더 길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명품 소비가 기존 가방 위주에서 주얼리까지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 하이엔드 주얼리 인기가 높아진 가운데 원화 약세까지 겹치며 한국 시장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영향이다. 이에 백화점 업계도 해외 유명 주얼리 브랜드를 단독 유치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매출 3.5배 '껑충'…주얼리 매장에 몰리는 외국인
20일 업계에 따르면 명동·강남 등 주요 백화점 점포 중심으로 럭셔리 주얼리 매장을 찾는 외국인 고객이 늘고 있다. 지난달 롯데백화점 본점의 럭셔리 주얼리 카테고리 내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0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잠실점도 65%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도 럭셔리 주얼리 카테고리의 외국인 매출이 253% 급증했으며 본점 역시 215%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의 하이주얼리 카테고리 외국인 매출도 22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관광객의 럭셔리 주얼리 수요가 늘어난 1차적 배경으로는 원화 약세가 꼽힌다. 지난 19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530.2원을 기록했다. 연초 1450원대에서 약 반년 새 80원가량 오른 수치다. 이달 초에는 1550원 선을 넘어서기도 하며 원화 약세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1500원대 환율이 '뉴노멀'로 자리 잡으면서 같은 제품도 자국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외국인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 실제 한국관광공사가 지난달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지출 내역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명품 매장이 밀집한 서울 청담동의 시계·귀금속 매출은 전년 대비 135% 증가했으며 액세서리 매출도 197.7% 늘었다.
글로벌 명품 시장 소비 트렌드가 변화한 점도 주얼리 열풍에 힘을 보태고 있다. 과거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명품 소비는 주로 가방이나 의류에 집중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로고를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럭셔리' 트렌드가 부상하면서 특유의 디자인만으로 은은하게 부를 드러낼 수 있는 주얼리로 수요가 이동하는 추세다.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려는 소비 성향이 강해지면서 맞춤형 디자인에 대한 수요가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주얼리는 의류나 가방에 비해 보석의 종류나 소재 등을 선택할 수 있어 개인 취향을 반영하기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는 올해 전 세계 명품 주얼리 시장 규모가 590억6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전년(2025년 542억7000만달러) 대비 약 8.8% 증가한 수치다. 업체는 향후 해당 시장이 연평균 8.83%씩 성장해 2034년에는 1161억7000만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럭셔리 주얼리 선점 나선 백화점업계
업계도 수요에 맞춰 하이엔드 주얼리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매장을 재단장하는 것은 물론 업계 단독 브랜드를 유치하는 등 '차별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본점 에비뉴엘 3층에 칠보 기법을 담은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 '클로이수’를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올 4월에는 해외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시계 스트랩 전문 부티크를 콘셉트로 한 '드몽트레'를 열었다. 약 200종에 달하는 다양한 종류와 색상의 스트랩을 보유하고 있어 고객 취향에 맞는 맞춤 제작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해 12월 본점에 까르띠에 부티크를 개점한 데 이어 이날 프랑스 럭셔리 주얼리 '아르투스 베르트랑'을 새롭게 선보였다. 현대백화점 역시 지난해 12월 판교점에 프랑스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 '쇼메' 매장을 열었으며 올해 1월에는 무역센터점의 '롤렉스' 매장을 재단장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고환율 여파와 조용한 럭셔리 트렌드가 맞물리며 명품 주얼리가 백화점의 매출 성장을 이끄는 핵심 상품군이 됐다"며 "차별화된 주얼리 브랜드를 확보하기 위한 업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