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노조 "탈모 건보 적용, 정치적 인기투표로 다루면 안돼"

입력 2026-06-19 13:57
수정 2026-06-19 14:00


정부가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방안을 검토하며 국민 공론화에 나선 가운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건강보험의 원칙과 재정 지속가능성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19일 성명을 내고 "탈모가 당사자에게 심각한 심리적 위축과 경제적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를 건강보험의 우선 급여 대상으로 결정하는 문제는 별개"라고 주장했다. 이어 "건강보험은 특정 세대가 낸 보험료를 그 세대에게 돌려주는 환급제도가 아니라 질병 위험과 의료비 부담이 큰 사람에게 필요한 의료를 보장하는 사회보험"이라며 "보험료를 내면서 의료 이용이 적은 청년에게 체감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급여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노인·장애인·중증환자·희귀난치질환자에게 더 많은 자원을 배분하는 건강보험의 연대 원리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아직 급여 대상 약제, 본인부담률, 예상 이용자 수, 재정 소요 등 핵심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론화를 추진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국민에게 찬반만 묻는 방식은 충분한 정보에 기초한 숙의가 아니라 정치적 선호조사나 인기투표로 전락할 수 있다"며 "국민 토론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와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법정 평가절차를 앞서거나 대체해서도 안 된다"라고 했다.

건강보험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노조는 국회예산정책처 전망을 인용해 의료개혁 투자계획이 반영될 경우 2026년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5조2000억원 적자로 전환되고 누적 준비금은 2029년 소진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새로운 급여 지출을 결정할 때는 기회비용과 지속가능성을 엄격히 따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 탈모치료제 급여화가 이뤄질 경우 약제비뿐 아니라 이용량 증가, 장기 처방 확대, 모발이식·두피관리 등 연계 비급여 시장 확대 가능성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부에 공론화에 앞서 대상 연령·성별·탈모 유형별 예상 환자 수와 급여 기준 초안, 재정 추계 결과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현 단계에서 전 연령 또는 특정 연령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일반급여를 서둘러 결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건강보험 적용이 필요하다면 높은 본인부담률의 선별급여나 시범사업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정부는 공약과 여론에 앞서 근거와 원칙을 제시해야 한다"며 "세부 설계와 재정 추계 없는 공론화를 중단하고 국민이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를 먼저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