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미국과 체결한 전쟁 종식 양해각서를 "역사적 문서"라고 평가했다. 미·이란 전쟁을 멈추고 최종 합의를 위한 협상에 들어가겠다는 신호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에 관해선 이란이 통제권을 계속 쥐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후속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남게 됐다.
18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서명한 종전 관련 양해각서(MOU)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이 문서를 두고 "역사적 문서이자 강한 이란이 보내는 메시지"라고 밝혔다. 이어 "평화는 상호 존중의 그늘 아래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중재자인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의 서명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과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전날 미·이란 전쟁을 끝내고 최종 합의 협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MOU에 서명했다.
MOU에는 모든 전선에서 전투를 멈추고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여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 해제, 이란 핵 프로그램과 제재 완화를 둘러싼 후속 협상 개시도 담겼다.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MOU에는 후속 협상이 진행되는 60일 동안 이란이 해협의 무료 통항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하지만 60일 이후 통항 방식이나 관리 체계에 관한 구체적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미국은 후속 협상에서 '통행료 없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계속 보장받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란은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수수료를 걷는 방안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국영방송 보도도 논란을 키웠다. 국영방송은 MOU 체결 뒤에도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항은 여전히 이란 혁명수비대(IRGC) 해군과 조율해야 한다"고 전했다. 해협 재개방에는 합의했지만 실제 통항 관리 권한은 이란이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 에너지 시장의 핵심 통로다. 걸프 산유국의 원유와 카타르산 액화천연가스(LNG)가 국제 시장으로 나가는 길목이어서 통항 방식이 흔들릴 경우 에너지 가격, 물류 흐름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란은 주변국과의 관계 관리에도 나섰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셰이크 자라 자베르 알아흐마드 알사바 쿠웨이트 외무장관과 통화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텔레그램을 통해 "오해를 해소하고 역내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선 걸프 지역 아랍국가들과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쿠웨이트는 이번 충돌 과정에서 이란의 공격 대상이 된 지역과도 연결돼 있다. 이란은 미국과 무력 충돌을 이어가던 기간 쿠웨이트 내 미군기지를 겨냥한 공격을 가한 바 있다. 아라그치 장관은 미국과의 평화 합의가 역내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미국과 이란은 첫 후속 협상을 앞두고 있다. 스위스 외무부에 따르면 양측은 오는 19일 스위스 뷔르겐슈토크에서 MOU 이행을 위한 첫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