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기준금리를 연 3.75%로 동결했다. 물가 상승률은 둔화했지만 에너지 가격 불안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중동 리스크와 유가 흐름이 통화정책의 핵심 변수가 됐다는 분석이다.
잉글랜드은행은 18일(현지시간) 통화정책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75%로 유지하기로 했다. 통화정책위원 9명 가운데 7명이 동결을 지지했다. 나머지 2명은 기준금리를 4%로 0.25%포인트 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는 시장 전망과도 대체로 맞아떨어진 결과다. 앞서 블룸버그·로이터가 조사한 전문가들도 위원 7명이 동결, 2명이 인상 의견을 내 금리 유지가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잉글랜드은행은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뒤 올해 들어 네 차례 연속 동결을 택했다. 지난달 하순 발표된 영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8%로 둔화했지만 금리를 낮추기엔 아직 물가 불확실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중동 정세도 변수로 작용했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약속하면서 국제 유가는 하락했다. 하지만 잉글랜드은행은 인플레이션 위험이 끝났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통화정책위원회는 "이전 회의 후 CPI 상승률이 2.8%로 하락했으나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이 계속돼 올해 상승이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이 길어질수록 물가와 임금 결정 과정에 2차 영향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정책 대응이 여러 시나리오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중동 상황과 그에 따른 경제적 영향을 계속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앤드루 베일리 잉글랜드은행 총재도 신중론에 무게를 뒀다. 베일리 총재는 "최근 며칠간 유가 하락은 고무적이지만 여전히 전쟁 전보다는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황은 여전히 예측할 수 없고 상당 기간 에너지 가격이 높게 유지될 위험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넉 달간 오른 에너지 가격이 이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일부 반영되고 있다고 봤다. 단기 유가 하락만으로 통화정책 방향을 바꾸기 어렵다는 의미다.
잉글랜드은행은 올해 4분기 물가상승률이 3.25%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장기 목표치인 2%를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지난 4월 제시했던 3.6% 전망보다는 낮아졌다.
금융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파운드화는 파운드당 1.323달러로 전장보다 0.5% 떨어졌다. 영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78%로 0.02%포인트 올랐다. 금리 선물 시장에는 연내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반영돼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긴축 경계감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1일 3대 정책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올렸다. 일본은행도 16일 정책금리를 기존 연 0.75%에서 연 1.0%로 인상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 17일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지만 연내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