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지역거점국립대 정시 신입생 가운데 수도권 고교 출신 비율이 3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난이 장기화하자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과 취업 연계 계약학과 등 취업에 유리한 조건을 고려해 거점국립대 진학을 선택한 수도권 수험생이 늘어난 결과다.
18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9개 거점국립대(강원대 경북대 경상국립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학년도 정시 신입생 가운데 서울·경기·인천 고교 출신 비율은 29.8%였다. 2022학년도 23.8%, 2023학년도 25.6%, 2024학년도 26.8%, 2025학년도 27.8%에 이어 올해까지 매년 상승했다. 올해 강원대(춘천캠퍼스 기준)는 무려 78.4%에 달했고, 충북대가 46.9%로 그 뒤를 이었다. ◇ “인서울 가봐야 차별화 안 돼”
수도권 수험생의 거점국립대 진학이 늘어난 데는 지역인재 채용 확대가 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018년 혁신도시법 개정으로 도입된 지역인재 채용 제도는 지역인재 의무채용 비율 18%에서 시작해 2022년 최종 목표치인 30%에 도달했다. 2024년 8월부터는 지방대육성법 개정에 따라 적용 대상이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에서 비수도권 전체 공공기관으로 확대됐고, 의무채용 비율도 35%로 상향됐다.
서울 동대문구의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강원대 자율전공학부에 진학한 김모씨(22)는 “수능 성적이 3등급 후반이어서 서울권 대학에 진학하더라도 취업시장에서 뚜렷한 강점을 갖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강원혁신도시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혜택을 고려해 진학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비수도권 공공기관 184곳의 신규 채용 인원 1만7871명 가운데 71.3%인 1만2742명이 지역인재로 채용됐다. 법정 의무채용 비율(35%)의 두 배를 웃돈다. ◇ ‘대기업 연계학과’도 인기 견인수도권과 거리가 멀어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은 영호남권 대학에서도 수도권 학생 비율은 상승세를 보였다. 경상국립대는 수도권 출신 비율이 2022학년도 11.8%에서 올해 25.2%로 상승했다. 부산대는 2024학년도 6.6%에서 올해 13.8%로, 경북대는 같은 기간 12.0%에서 17.7%로 뛰었다.
수도권 학생 유입 요인으로는 기업과 연계한 취업 보장형 교육과정이 꼽힌다. 경상국립대 항공우주공학부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연계 트랙을 통해 일정 학점과 어학 기준을 충족한 학생에게 KAI 채용 서류전형 면제와 취업 우선권을 제공한다.
부산대는 2027학년도부터 LG전자 채용연계형 계약학과인 스마트가전공학과를 신설한다. 재학 기간 LG전자 맞춤형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LG전자 취업이 보장된다. 부산대는 이 같은 수요를 겨냥해 지난 4일 서울 강남에서 수도권 고교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단독 입학설명회를 열었다. 거점국립대가 서울에서 단독 입학설명회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대 관계자는 “계약학과와 첨단학과 관련 문의가 많았다”고 전했다. ◇ 경쟁률·합격선 나란히 상승수도권 학생 유입이 늘면서 거점국립대의 입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9개 거점국립대의 정시 70% 컷 기준 평균 백분위는 2022학년도 68.37%에서 2026학년도 74.75%로 6.38%포인트 상승했다. 평균 경쟁률도 2025학년도 4.85 대 1에서 2026학년도 5.61 대 1로 높아졌다.
수험생 사이에서 ‘인서울’ 대학 선호도도 낮아지는 모습이다. 진학사에 따르면 2026학년도 수시 모집에서 서울의 대학에 지원한 수험생 비율은 18.8%로 집계돼 전년(23.8%) 대비 5%포인트 하락했다. 2022학년도 이후 이어지던 상승세가 4년 만에 꺾였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험생이 합격 가능성과 실제 진로를 고려해 현실적이고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