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비트코인을 팔지 않겠다던 스트래티지가 최근 32개의 비트코인을 매도해 논란이 됐다. 스트래티지는 전체 비트코인 공급량의 약 4%를 보유한 세계 최대 비트코인 DAT(디지털자산 트레저리)다. 그런 회사가 비트코인을 팔 수 있다는 신호는 그 자체로 시장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공시 직후 비트코인 가격은 폭락해 연중 최저점으로 밀렸다.
한편 스트래티지는 매도 공시와 비슷한 시기에 판 비트코인과는 비교가 안 되는 규모의 비트코인을 사들였다고 밝혔다. 5월 중순 한 주 동안에만 약 2.5만 비트코인(약 16억달러어치)을 매수해 32개 매도분을 압도했다. 순보유량은 오히려 84만 비트코인을 넘겼다. 그런데도 시장 반응은 미지근했다. 6월 9일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6만2000달러 안팎에서 저점 구간을 횡보하고 있다. 본 고에서는 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재무 전략과 그 이면의 리스크를 짚어본다.‘폰지사기’ 비난 받는 우선주 전략공시에 따르면 매도한 비트코인은 우선주 배당 재원으로 사용된다. 스트래티지는 조건이 서로 다른 여러 종류의 우선주를 운용하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연 11.5% 배당을 주는 STRC다. 스트래티지가 한 해에 지급해야 하는 우선주 배당은 약 17억달러에 이른다. 기존 소프트웨어 사업이 만들어내는 현금흐름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규모다. 그래서 우선주 배당 재원은 시장이 좋을 때 증자나 전환사채 발행으로, 혹은 비트코인 매각으로 마련한다.
인상적인 점은 이번에 판 비트코인이 고작 32개(약 250만달러)로 우선주 재원 마련에는 사실상 의미가 없는 규모였다는 것이다. 오히려 회사는 주식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같은 시기 훨씬 많은 비트코인을 되샀고 별도로 현금을 보태 배당 준비금을 늘렸다. 다시 말해 소량의 비트코인 매각은 ‘재원 부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판 것’이 아니었다.
이와 관련해 X에 올라온 다음 해석이 흥미롭다. 마이클 세일러 스트래티지 회장은 이 글을 리트윗하며 논리에 힘을 실었다.
“비트코인을 팔 수 없다면 비판자들은 그것이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가치가 없다면 대차대조표상 가치는 0이다. 대차대조표상 가치가 0이라면 신용평가사는 그것을 무시한다. 그래서 가격이 오른 극히 일부를 팔아 비트코인이 유동적이고 가치 있으며 실재함을 증명하는 것이다.”
종합하면 스트래티지는 이번 매매를 통해 자사가 자본을 유연하게 굴리는 ‘비트코인 캐피털 회사’임을 시장에 각인시키려 한 셈이다. 그럼에도 시장은 싸늘하다. 스트래티지의 재무건전성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회사는 최근 15억달러 규모의 전환사채를 약 8% 할인된 13.8억달러에 현금으로 되샀다. 표면 만기는 2029년이지만 이 채권에는 투자자가 2028년 6월 1일에 액면 전액을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풋옵션이 붙어 있다. 게다가 전환가(약 672달러)가 현재 주가(약 120달러)의 다섯 배를 넘어 주식 전환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즉 이 채권은 ‘먼 미래의 만기’가 아니라 ‘2년 뒤 거의 확정된 현금 상환 청구서’에 가깝다. 스트래티지는 떠밀려서가 아니라 다가오는 2028년 현금 벽을 할인된 값에 미리 정리한 것이다. 그 자체로는 합리적인 판단이다.
문제는 그 대가로 보유 현금을 크게 소진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6월 9일 기준 스트래티지의 달러 보유액은 약 10억달러로 우선주 배당 약 7개월 치에 불과하다. 이 현금이 바닥나기 전에 회사는 주식, 전환사채를 팔아 재원을 마련하거나 비트코인을 매각하거나, 아니면 우선주 배당을 멈춰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고 스트래티지의 mNAV(회사가 보유한 비트코인 가치 대비 시가총액의 프리미엄·디스카운트를 나타내는 지표)가 높아져 주식을 발행해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약세가 길어지거나 이 가격에서 더 빠진다면 회사는 비트코인을 추가로 팔거나 우선주 배당을 줄이는 선택으로 몰릴 수 있다. 참고로 비트코인 매각분까지 배당 여력에 넣으면 현재 가격 기준 약 31년 치를 지급할 수 있다. 산술적으로는 수십 년이 남은 셈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을 팔거나 배당을 멈추는 시나리오는 모두 악순환(비트코인 가격 하락 → mNAV 하락 및 자본조달 어려움 → 비트코인 추가 매도)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테라·루나 vs 스트래티지일각에서는 스트래티지의 우선주 전략을 ‘폰지사기’라 부르며 연 20% 이율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가 무너진 테라·루나 사태처럼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러한 우려는 과도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테라·루나는 알고리즘이 페그를 지키는 구조였다. 스테이블코인 UST 1개는 언제나 1달러어치 루나로 교환되도록 설계됐는데 UST가 1달러를 이탈하자 프로토콜이 루나를 무한정 찍어 상환을 흡수했다. 그 결과 며칠 만에 루나 공급량이 수조 개로 폭증했고 바로 그 루나가 UST의 담보였던 탓에 둘은 동시에 0으로 수렴했다. 페그를 지키려던 장치가 곧 자폭 스위치였던 셈이다.
스트래티지의 STRC에는 이 자폭 장치가 없다. 첫째, STRC 가격이 떨어진다고 해서 회사 주식이나 비트코인이 자동으로 발행·소각되는 메커니즘이 존재하지 않는다. 가격 하락이 자기 담보를 파괴하지 않는다. 둘째, UST는 ‘언제든 1달러로 바꿔준다’는 요구불 부채여서 뱅크런이 가능했지만 STRC는 만기도 없고 투자자가 액면 상환을 청구할 권리도 없는 영구 우선주다. 시장에 내다 파는 것 말고는 회수 방법이 없으니 한꺼번에 몰려나가는 상환 런 자체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셋째, 루나는 자기 생태계 안에서만 가치가 나오는 ‘내생적’ 토큰이라 신뢰가 무너지자 함께 증발했지만 비트코인은 STRC와 무관하게 하루 수백억 달러가 거래되는 ‘외생적’ 자산이다. STRC가 0이 되더라도 84만 비트코인은 그대로 남는다.
가장 큰 차이는 ‘속도’다. 테라·루나는 온체인에서 반사적으로 작동하는 구조라 붕괴가 72시간 만에 끝났다. 반면 스트래티지의 압박은 비교적 천천히 전개되고 그사이 경영진에게는 배당률 조정, 매수 속도 조절, 고원가 비트코인 매각, 추가 발행, 배당 이연 같은 선택지가 남아 있다. ‘폰지’라는 딱지가 노리는 즉각적 자폭은 STRC의 구조와 거리가 멀다.
STRC가 흥행하자 경쟁사들도 비슷한 모델을 도입하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비트코인 DAT 경쟁사 스트라이브는 연 13% 수익률의 우선주 SATA를 운용 중이고 곧 미국 자본시장 최초로 ‘매 영업일 현금배당’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흥미로운 점은 세계 최대 이더리움 DAT인 비트마인도 같은 우선주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비트마인은 연 9.50% 수익률의 우선주를 발행해 6월 4일 이미 가격을 확정했고 티커 BMNP로 상장을 앞두고 있다. 다만 액면 100달러짜리를 80달러에 할인 발행해 매수자 기준 실효수익률은 약 11.9%에 이른다. 출범부터 시장이 할인을 요구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비트마인은 스트래티지 같은 비트코인 DAT와 구조적으로 다르다. 작업증명(PoW) 기반이라 현금흐름이 없는 비트코인과 달리 지분증명(PoS) 기반의 이더리움은 약 3% 안팎의 스테이킹 수익이 있어 배당 재원을 일부 자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트마인 낙관론자들은 회사가 이더리움 스테이킹으로 벌어들일 금액의 약 10분의 1만으로 우선주 배당을 지급한다며 스트래티지보다 지속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10분의 1’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 수치는 전체 이더리움 보유분에서 나오는 수익과 지금의 소규모 우선주 발행분에 대한 배당을 비교한 것이다. 비트마인이 발행 규모를 키우는 순간 그 여유는 빠르게 사라진다. 실제로 이더리움 스테이킹 수익률 약 3%는 우선주 9.50% 배당에 한참 못 미쳐 비트마인도 결국 그 갭을 추가 발행으로 메운다고 스스로 공시했다. 비트코인과는 달리 이더가 ‘생산적 자산’이라는 차별점은 진짜이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스트래티지와 같은 ‘신규 발행 의존’으로 수렴한다는 뜻이다.
비트코인의 저점이 어디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전체 공급량의 4%를 쥔 스트래티지의 행보는 시장 전체가 주시할 수밖에 없다. 회사는 2028~2032년 만기의 다양한 전환사채를 보유하고 있다. 그때까지 비트코인과 주가가 반등하지 못하면 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 매도 공포’와 ‘재무건전성 압박’이라는 두 그림자를 계속 달고 다녀야 한다.
결국 모든 것은 단 하나의 전제 위에 서 있다. 비트코인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는 것이다. 그 전제가 맞다면 이번 전환사채 조기 상환은 선견지명으로 기록될 것이고 틀린다면 과한 레버리지가 부른 무리수로 남을 것이다. 과도한 레버리지는 언제나 양면을 가진다는 점, 그것이 이번 사례가 주는 교훈이다.
한중섭 ‘어바웃 머니’, ‘비트코인 제국주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