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한·미 동맹과 중동 정세, 한반도 문제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주도해달라”고 요청했다. 양국 정상이 직접 소통한 것은 지난해 10월 경주 정상회담 이후 8개월 만이다.
이 대통령은 16~17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기간 트럼프 대통령과 최소 네 차례 환담했다. 두 정상은 정식 양자 회담이 아니라 단체사진 촬영과 음악회, 만찬 때 따로 대화했다. 만찬에선 옆자리에 앉아 2시간가량 여러 현안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은 “이 대통령은 중동에 이어 한반도에서도 지속 가능한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과 관여를 기대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한 역할을 해나가겠다”며 의지를 보였다고 오 차장은 전했다.G7 회의서 환담…트럼프 "노력하겠다" 화답
만찬 자리서 나란히 앉아 '친교'…李대통령에 '강한 지도자' 평가도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북한 문제를 언급하며 “평화적 해결을 주도해달라”고 요청한 건 한반도 비핵화 이슈를 상기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19일 미국·이란 휴전 합의 양해각서(MOU) 서명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스(peace·평화) 메이커’ 역할을 당부한 것이다. ◇李, 트럼프에게 ‘직진’
이 대통령은 16~17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차례 만났다. G7 회원국과 초청국 정상이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단상에 모인 16일 약 30초간 대화했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쪽으로 다가가 먼저 말을 걸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관계 근황을 물었고,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전쟁을 해결한 것처럼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주도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화답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저녁 음악회와 만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다. 두 정상은 만찬이 열린 약 2시간 동안 나란히 앉아 ‘상호 관심사’를 긴밀하게 논의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17일 정상회의 회담장 안팎에서도 조우했다.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은 “두 정상은 굳건한 한·미 동맹을 토대로 한 한·미·일 협력 중요성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오 차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이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함께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내며 이 대통령을 ‘강한 지도자’로 지칭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기간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하기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집권 2년 차를 맞아 북한 핵 문제에서 한·미 공조를 기반으로 진전된 논의를 시도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G7 정상은 이날 공동선언문에서 북한의 핵·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심은 북핵 문제 향방을 가를 미·북 대화 가능성이다. 이란과의 전쟁을 마무리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한반도 문제로 향할 수 있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대화 시도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다. 다만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은 있지만 현실화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안러경중’(안보는 러시아, 경제는 중국) 전략으로 급할 게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방산 제3국 공동 진출” 獨에 제안
이 대통령은 독일, 캐나다, 케냐와는 양자 회담을 했다. 16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만나 방위산업 분야 공동 연구개발(R&D)과 공동 생산을 추진하고, 제3국에 함께 진출하는 협력 모델을 언급했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놓고 경쟁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핵심 국가인 독일과 방산 분야에서 손잡겠다는 의미다. 산업뿐 아니라 군사 안보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청와대는 “메르츠 총리가 이 대통령 언급에 공감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만나서는 양국이 ‘유사 입장국’이란 점을 강조하며 “우리는 협력할 게 많다”고 했다. 비공개 정상회담에서는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핵심 광물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3000억달러 규모 이란 재건기금 조성과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르무즈해협 내 안전한 통항을 보장하기 위해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기여하겠다는 의지와 역량이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에비앙=한재영 기자/김형규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