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신나게 긁은 중국인들…1200만원짜리 시계 '불티'

입력 2026-06-17 09:31
수정 2026-06-17 09:57

지난달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카드 소비 지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한국관광공사는 한국관광 데이터랩 외국인 카드 소비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소비 지출액이 2조1222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1조 2702억원 대비 67,1% 증가한 수치로 2023년 이후 최고 성장률이다.

특히 전년 동월 대비 3배 이상(214%) 소비가 급증한 중국 관광객이 성장을 견인했다. 중국 관광객의 카드 소비는 올해 들어 매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지난해 5월 대비 쇼핑업(77.8%), 운송업(70.6%), 의료웰니스업(65.8%), 식음료업(64.9%) 순으로 성장이 두드러졌다.

세부 업종에서는 약국(206.1%)이 가장 높았고, 이어 장난감·오락기기(191.4%), 피부관리·마사지(153.9%), 백화점(89.2%), 면세점(87.6%), 액세서리(87%), 피부과(85.5%), 스포츠용품 및 의류(84.5%) 등에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운송업에서는 철도가 79.9%, 숙박에서는 콘도미니엄이 72.2% 증가했다.

특히 장난감과 오락기기 업종의 성장은 라인프렌즈와 BT21 협업 팝업스토어, 포켓몬 카드 등 글로벌 캐릭터 IP의 한정판 굿즈 구매가 집중된 결과로 분석된다.

관광공사는 이번 분석에서 외국인 인바운드 소비 트렌드가 글로벌 2030 세대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소비와 중국 관광객 주도의 초고가 럭셔리 쇼핑으로 뚜렷하게 양분된 것에 주목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명동과 성수동에서는 K-패션 고프코어 붐이 두드러졌다. 특히 스포츠용품·의류(84.5%) 업종에서는 상권별 분화가 뚜렷했다. 명동(162%)에서는 '나이키 바이 유' 등 한국 한정판 커스텀 의류 제작이 체험형 쇼핑 동선으로 부상했다. 성수2가 1동(141.9%)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한 트렌드와 맞물려 한국형 '고프코어' 브랜드를 찾는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

성수동과 부산 해운대에서는 피부과 시술과 연계한 K-약국 소비 흐름이 두드러졌다. 미용 시술 후 약국에서 의약품 등급 재생크림 등을 구매하는 연계형 소비가 확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수2가1동(1만5249%)·성수2가3동(2877%) 등 성수동 일대 프리미엄 약국이 이례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또한 부산 해운대구 우1동(1만2828%)에서도 유사한 소비 패턴이 나타나 지방으로도 확산하는 추세를 보였다.

제주도에서는 럭셔리 리조트 소비가 늘어났다. 제주 서귀포시 대륜동은 독채 풀빌라·럭셔리 타운하우스 수요를 흡수하며 콘도미니엄 매출이 193.1% 급증했다.

소비 성장은 중국 관광객이 전반적으로 주도했다. 시계·귀금속(69.7%)과 액세서리(87.%) 등 하이엔드 럭셔리 상품군 매출을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명품 매장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시계·귀금속은 전년 대비 135%, 액세서리는 197.7%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계·귀금속 업종의 건당 평균 단가는 1215만원으로 주 소비층은 중국 관광객이다.

5성급 리조트 환경을 갖춘 서귀포시 예래동의 액세서리 성장률은 전년 대비 589.2% 증가했다. 중국인 평균 결제 단가는 632만원으로 전체 평균 단가(53만원)를 크게 웃돌았다. 이들은 고급 체류와 결합한 고가 소비 경향을 보였다.

이미숙 공사 관광데이터허브팀 팀장은 "이번 분석은 외국인 관광 소비가 단순 회복 국면을 넘어 상권·업종·국가별로 세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지자체와 업계가 이러한 변화를 조기에 포착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데이터 기반 인사이트를 지속 제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