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선관위 직원들의 몰디브 출장이 구설에 올랐다.
16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선관위 직원 국외 출장 현황'에 따르면 선관위 직원은 2022년부터 올해 6월까지 107차례에 걸쳐 총 461명이 약 24억원의 예산을 들여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특히 출장지 중에는 휴양지들이 대거 포함됐다. 몰디브 대선을 참관한다며 지난 2023년 9월 5명이 떠난 몰디브 출장에는 약 1470만원의 예산이 사용됐다. 같은 해 11월 재외선거 준비상황을 점검한다는 명분으로 태국,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로 떠난 출장에는 5명이 약 1920만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같은 방문지를 여러 차례 동일 목적으로 다녀온 경우도 발견됐다. 2023년 이탈리아 피렌체, 베네치아 등 대표적인 관광지에는 9명이 직원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약 3000만원을 들여 다녀왔다. 2025년에는 같은 목적으로 5명이 피렌체를 2290만원을 들여 다시 방문하기도 했다. 결과보고서에는 두오모 대성당, 우피치 미술관, 바티칸 등 역사, 문화 탐방이 버젓이 적혀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한 보고서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몰디브 대통령선거 참관 결과 보고'라는 제목의 자료에는 선관위 직원 5명이 지난 2023년 9월 6일부터 같은 달 14일까지 7박 9일 일정으로 몰디브 현지 참관 출장을 다녀온 내용이 담겼다. 출장 목표는 '변화된 외국 선거환경 파악 및 선거법제 비교 연구'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선관위 직원들은 선거운동 참관, 후보자 선거사무소 방문, 브리핑 참석, 투·개표 참관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그렇지만 공식 일정이 아예 없는 날도 있었고, 오후 일정으로 '공식 만찬'이 전부인 날도 있었다.
보고서 사진에는 해변가 사진이 여러 장 포함돼 있다. 사진 설명에는 "섬 지역 특성상 해안가, 바다에 시설물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주를 이루었다"라고 적었다. 해당 보고서에는 "세금이 녹는다", "SNS 감성 사진 아닌가" 등의 비판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김기현 의원은 "국민의 소중한 혈세로 국외 출장을 갔다면 공무 목적에 맞는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공무원의 책무"라며 "이쯤 되면 '신의 직장'이 아닌 '신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관위 해체를 요구하는 국민적 목소리가 커지는 와중에 부실한 선거 관리뿐만 아니라 그동안 해외 출장을 비롯한 예산 낭비 사례가 없는지 철저히 조사하여 책임소재를 가려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러한 출장에 선관위 측은 "선거 제도를 참고할 만한 국가와 선거 참관 요청이 오는 곳 등을 위주로 규정 및 절차에 따라 출장을 승인해왔다"는 입장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